토종 신약, 스피드로 비아그라에 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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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국내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에 또 하나의 토종 신약이 나왔다. JW중외제약이 19일 출시한 ‘제피드’다. 자이데나(동아제약)·엠빅스(SK케미칼)에 이어 세 번째 신약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17개의 토종 신약 중 3개가 발기부전 치료제인 것이다. 국내 고혈압 시장을 타깃으로 나온 토종 신약은 보령제약의 ‘카나브’뿐이다. 고혈압 시장 규모는 1조5000억원대고,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은 1000억원대다. 그런데도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에서 신약 개발이 잇따르는 까닭은 뭘까.

 우선 업계에서는 ‘왕권 교체’를 이유로 꼽는다. 세계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에서 비아그라가 한 해 거둬들이는 매출은 19억 달러다. 국내 시장에서도 부동의 점유율 1위를 기록해 왔다.

 하지만 비아그라의 특허가 국내시장에서 내년 5월이면 만료된다. 제네릭(복제약)이 쏟아져 비아그라의 아성이 무뎌지는 틈을 타 국내 제약사들이 토종 신약으로 국내를 넘어 세계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국내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은 처방약만 따졌을 때 1000억원일 뿐 불법 약까지 포함하면 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비아그라의 왕좌를 넘겨받기 위해 제약사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경하(48) JW중외제약 부회장은 이날 서울 소공동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제피드는 먹으면 행복해지는 ‘해피 드러그’”라고 역설했다. 기존에 출시된 약보다 발현 속도가 빠르고 더 안전하다는 이유에서다.

 제피드의 3상 임상시험 결과 제피드를 복용한 환자의 발기 효과가 최대 15분 만에 나타났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는 기존 약물에 비해 발현 시간이 두 배가량 빠르다. JW중외제약은 이 같은 제피드의 속도를 강조하기 위해 ‘사랑은 타이밍이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이 부 회장은 제피드의 또 다른 강점으로 ‘안전성’을 꼽았다. 발기부전 환자 중 절반 이상이 안면홍조와 가슴 두근거림 같은 부작용을 겪는다는 조사 결과에 따라 이를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제피드는 몸의 효소 중 발기를 막는 효소만을 집중 공략해 타 제품보다 부작용을 최소한으로 줄였다”며 “앞으로 3년간 시장 점유율을 25%까지 늘리겠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앞서 출시된 자이데나는 토종 신약 1호임을 강조하고 있다. 국산 제품 중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다. 매일 먹는 ‘저용량’ 제품을 출시해 제품 다양화를 시도하고 있다. SK케미칼의 엠빅스는 개발 단계부터 디자인에 신경 썼다. 빠르고 강한 효과를 강조하기 위해 이색적으로 총알 모양의 알약을 만들었다. SK케미칼은 부진한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필름 형태의 녹여 먹는 엠빅스를 곧 출시할 예정이다. 토종 신약에 대한 제네릭 시장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CJ제일제당·대웅제약·한국노바티스 등 16개 업체가 비아그라 제네릭을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아직 있다. 비아그라의 주요 물질인 ‘실데나필’의 물질특허는 내년에 끝나지만 이 물질이 남성 발기부전 질환 치료를 위해 쓰인다는 용도특허가 2014년 만료되기 때문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물질이나 용도특허 중 한쪽이 끝나면 남은 특허는 무효 처리돼 제네릭을 만드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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