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 분할의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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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세계적 거대 기업의 독과점 횡포를 바로 잡기 위한 강력한처방이 미국에서 내려졌다. 워싱턴 연방지법은 7일 마이크로 소프트 사의 향후 독점행위 방지를 위한 시정 조치로 이 회사를 2개로 분할할 것을 명령했다. 이번 판결은1차적으로 미국 하이테크 시장의 경쟁을 회복시키기 위한 조치지만 마이크로 소프트사의 세계적인 시장지배력으로 보아 앞으로 판결이 상급법원에서 확정될 경우 전 세계의 소프트웨어 업체들과 소비자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줄것인 만큼 우리의 지대한관심을 끌고있다.

지난 4월 3일 마이크로 소프트 사가 독점금지법을 위반했다는 이정표적 판결을내린 바 있는 워싱턴 지법은 이번 후속 판결에서 이 회사가 자신들의 법위반 사실을시인하기를 거부하는 신뢰할 수 없는 기업이라고 비난하면서 앞으로 4개월 내로 윈도운영체제 분야와 소프트웨어 분야 등 2개로 회사를 분할하는 계획을 마련하라고 명령했다.

이에 대해 전혀 회개할 의사가 없는 빌 게이츠 회장은 상급 법원에 항소할 뜻을 밝히면서 시간 끌기 작전에 나섰다. 정부는 정부대로 지난 1903년 제정된셔먼 독점금지법을 동원, 이 문제를 대법원으로 직접 끌고 갈 계획을 밝히고 있다.

앞으로 복잡한 법적 절차가 남아있으나 이번 판결은 지난 1984년 AT&T 사의 해체 이후 독점금지법을 가장 엄격히 적용한 기념비적인 결정으로 기록될 것이다. 재닛 리노 법무장관은 이번 판결이 소프트웨어 산업의 경쟁을 촉진할 뿐 아니라21세기 독점금지법의 중요성을 재확인한 중요한 판결이라면서 기쁨을 표시했다. 부도덕한 기업의 횡포를 바로 잡으려는 전쟁을 주도해온 장관의 합당한 기쁨은 축하받을 가치가 있다. 경쟁 소프트 업체들도 "계속되는 독점금지업 위반에 대한 진지한반응"이라면서 환영을 표시했다.

이들은 기술혁신이 기대되고 소프트웨어의 가격 하락으로 소비자가 이득을 볼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러나 기술혁신, 가격하락의 기대보다도 이번 미국인들이 거둔 성공은 공정경쟁의 원칙 확인과 그로 인한 경제 정의의 향상이다. 미국 신경제의 견인차 중의 하나인 마이크로 소프트에 철퇴를 가하는결단은 미국이 고삐 없는 시장방임주의라는 자본주의의 병폐를 치유할 능력이 있음을 입증한 것이다.

컴퓨터 분야에 관한 한 세계 최대 소비국의 하나인 우리 나라 역시, 마이크로소프트의 횡포에 따른 피해자인 만큼 이 기업에 대한 미국내의 제재 움직임은 민감한 관심 대상이다.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국민 PC의 가격을 대폭 낮추지 못하는것도 마이크로 소프트의 고압적 가격정책 때문이라고 한다. 마이크로 사의 약화는또 우리의 중소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에 뛰어들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마이크로 소프트의 분리가 가져올 변화를 최대한으로 유리하게 이용해야한다.

그러나 이번 판결이 우리에게 주는 더욱 값진 이득은 자본주의 체제 내의 무법자를징벌하고 공정한 질서를 수립하려는 중요한 전범이 제공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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