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골프체험기] '바람을 이기는 샷'

중앙일보

입력

플로리다는 바람이 아주 세다.

플로리다 최남단 키웨스트에서부터 북쪽 조지아주 경계까지 승용차로 약 20시간이나 걸리는 큰 땅이지만 한국에서는 고개만 돌려도 쉽게 눈에 띄는 조그만 동산이 하나도 없다.
이 때문에 겨울에는 북쪽의 찬 바람이 몰아치고 여름에는 바닷바람이 잠시도 쉬지 않고 불어댄다.

플로리다에는 또 호수가 많다.

골프장 곳곳에 커다란 호수가 도사리고 있어 바람에 날리는 샷을 하면 공은 여지없이 물에 빠진다. 바람이 없는 날은 좋은 샷을 날리다가도 바람이 조금만 세지면 고전을 면치 못해 리츤 선생에게 물었다.

"필. 어떤 날은 바람이 불어도 공이 제대로 가는데 어떤 날은 바람이 불면 공이 춤을 춘다.
강풍에도 공을 똑바로 보낼 수 있는 방법이 없느냐. "

리츤 선생은 "공을 똑바로 치면 된다" 고 특유의 농담으로 답했다. 그러나 어리석은 대답 같았지만 리츤 선생의 답은 명답이었다.

리츤 선생은 "샷을 하면 공은 회전이 걸리게 돼 있다. 잘 맞은 샷은 백스핀이 먹게 되고 잘못 맞은 샷은 회전이 옆으로 걸리게 되는데 그럴 경우 바람의 영향을 더 받는다" 고 알려줬다.

선생은 또 바람을 덜 타는 샷을 하기 위해서는 ▶공을 낮게 깔아 때리거나▶롱아이언을 사용할 것을 주문했다.

'바람을 이기는 샷' 을 하기 위해서는 공을 오른발쪽으로 옮겨놓는다.

그리고 보통 스윙과 똑같은 방법으로 샷을 하되 팔의 움직임보다 허리를 조금 빨리 돌리는 스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방법을 시험해 봤더니 신기하게도 공은 낮게 깔렸고 바람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잘 뻗어나갔다.

마스터스대회 때였다. 타이거 우즈가 3라운드 때 8번홀에서 맞바람 속에 티샷을 했다.

다른 선수들은 드라이버를 그대로 잡았는데 우즈만이 2번 아이언을 꺼내들었다.

우즈의 타구는 페어웨이 위를 저공비행하더니 빨랫줄처럼 뻗어나갔고 동료선수들보다 훨씬 먼 곳에서 멈췄다. 리츤 선생이 가르쳐 줬던 '바람을 이기는 샷' 을 구사한 것이다.

리츤 선생은 오늘도 "골프백 속에 2번 아이언이 들어 있지 않은 골프선수는 훌륭한 선수가 될 수 없다" 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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