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이후 강남 5억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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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은기자]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계속된 침체기를 겪어온 주택시장이 기로에 놓였다. 금융위기 이후 만 3년이 지나고 있지만 아직도 금융위기 이전 가격을 회복하지 못하고 후유증을 앓고 있어서다.

일각에선 바닥론을 제기하고 있지만 시장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우선 추석 이후 계속됐던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의 하락세는 다소 주춤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경기침체 등 전세계 경기가 회복되지 않고 있어 부동산 시장에 대한 불안 요소는 여전하다. 지금이 바닥일까. 주요 아파트 단지의 현상황을 점검해봤다."전고점을 회복하려면 까마득하네요. 추석 이후 가격은 폭락했는데 거래가 안 되니까 하한선 없이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요.

다행히 재건축 초과 이익 부담금을 절반 이상 줄인다는 정부 발표 이후 하락세는 둔화됐지만 여전히 불안요인이 남아있으니 더 두고봐야죠".

17일 오후 찾은 강남 개포동 부동산 밀집 상가에서 만난 N공인 관계자는 `전고점`이란 말에 손사래를 치며 이같이 말했다. 상가 복도에서는 적막함이 느껴졌다.

이 곳 부동산 관계자들은 간혹 울리는 전화벨이 반갑지 않다. 매수 문의가 아닌 매도 문의일 것이 뻔해서였다.

현재 개포주공1단지 56㎡형의 시세는 9억~9억2000만원. 9억원 이하로 내려가는가 싶어 마음을 졸였는데 하락세가 둔화됐다는 게 인근 공인 관계자들의 설명이었다. 2007년 전고점 당시 이 아파트의 가격은 14억원을 웃돌았다. 3년만에 5억원이 주저앉은 것이다.

타단지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주공3단지 49㎡형은 현재 9억5000만~9억7000만원으로 금융위기 이전(12억4000만~12억5000만원)보다 2억8000만~2억9000만원 가량 가격이 내렸다.

개포동 K공인 관계자는 "재건축 호재도 약발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라며 "가격을 낮춰서라도 이참에 집을 처분하겠다는 집주인들이 꽤 되지만 거래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재건축을 추진 중인 잠실 주공5단지도 추석 이후 가격을 낮춘 급매물이 크게 늘었다. 지난 5월 11억8000만원에 팔렸던 잠실 5단지 110㎡형은 최근 10억4500만원까지, 12억3000만원에 거래됐던 116㎡형도 10억8000만원까지 각각 하락했다.

잠실동 J공인 관계자는 "올해 안에 집값이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경제 상황이 지금보다 나아진다는 전제 하에 내년 하반기쯤에는 집값이 오르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실수요 많은 목동은 하락폭 크지 않아

전통적인 학군 선호 지역인 양천구 목동의 분위기는 강남과는 사뭇 다르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관망세가 계속되고 있다. 당연히 거래도 부진하다.

하지만 가격 하락폭은 크지 않다. 실수요층이 두터워서다. 자체수요(갈아타기 수요)가 계속 발생하고 있어 저렴한 물건을 위주로 간간히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가격은 2008년 이후 평균 3000만원 가량의 차이를 보일 뿐, 급락세를 기록한 적은 없다.

목동 신시가지1단지 115㎡형은 현재 8억8000만~9억5000만원, 신시가지6단지 115㎡형은 9억2000만~9억5000만원 선에 시세가 형성됐다.

목동 G공인 관계자는 "지금은 가격이 오르는 시기가 아니라는 판단을 한 수요자들이 선뜻 매수에는 나서고 있지 않지만 급매나 저렴한 물건 위주로 꾸준히 거래가 되고 있다"며 "소형 아파트에서 중형으로 중형에서 대형으로 갈아타려는 자체수요가 있어 가격 하락폭은 크지 않았고, 재건축 기대감도 어느 정도 있는 상황이어서 조금씩 올라갈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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