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네거티브 못참아 … 정면대응” … 홍준표 “정당한 검증 절차 매도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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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무소속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가 16일 한나라당과 나경원 후보의 네거티브 공세에 정면 대응하는 쪽으로 선거전략을 수정했다. 잇따른 의혹 제기에 지금처럼 수세적·방어적으로만 대응할 경우 중반전에 접어든 선거의 주도권을 되찾기 힘들 것이란 우려에서다.

 박 후보는 이날 첫 방송연설에서 “한나라당의 네거티브는 해도 너무한다. 이런 게 과연 정상적인 선거냐. 정치권이 바뀌어야 한다는 서울시민의 경고를 무참히 외면하는 처사다”고 성토했다. “한나라당이 이렇게까지 나오는 것은 저를 진흙탕에 끌어들여 ‘다 똑같다. 새로운 정치는 없다’고 주장하고 싶은 것이다. 참을 만큼 참았다. 이제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 새로운 시대를 두려워하는 낡은 시대의 마지막 몸부림에 단호히 맞서겠다”고도 했다.

 박 후보의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인 이해찬 전 총리는 “이번 선거는 참 더러운 선거다. 선거를 많이 치러봤지만 이런 조폭 수준의 흑색선전으로 당선되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 그리고 그 배후에는 내곡동계가 자리 잡고 있다” 고 공격했다.

 그러자 홍 대표도 기자간담회를 열고 맞불을 놓았다. 그는 “대통령 다음으로 중요한 선출직 공무원에 대한 정당한 검증 절차를 네거티브라고 매도하는 것은 옳지 않다. 야당도 검증이란 명목하에 김대업 등을 앞세워 공격하지 않았느냐”며 “야당이 앞으로 장관이나 대선 후보에게 이런 검증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우리도 검증을 멈출 용의가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천안함 폭침 사태를 이명박 정부가 자초해 우리 병사들이 수장됐다는 박 후보의 주장은 마치 성폭력 당한 피해여성에게 왜 미니스커트를 입고 다녔느냐라고 뒤집어씌우는 억지 논리와 같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나 후보 선거대책위의 안형환 대변인도 “박 후보는 2000년 총선에서 낙선·낙천 운동을 벌였을 때 특정 후보를 검증한다며 시민단체 스스로가 만든 잣대로 공격하지 않았느냐”며 “내가 하면 검증이고 남이 하면 흑색선전이냐”고 따졌다.

 상호 비난이 가열되면서 맞고소 사태도 벌어졌다. 박 후보 측은 하버드대 로스쿨 객원연구원 경력의 허위기재 의혹을 제기한 안 대변인과 강용석 의원을 공직선거법 위반과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이에 강 의원은 “박 후보가 자신의 홈페이지에 스탠퍼드대 객원교수 경력을 적은 것은 허위사실 공표죄에 해당한다”며 박 후보와 송호창 선대위 대변인을 검찰에 맞고소했다.

박신홍·조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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