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디셀러 다시보기]〈서양미술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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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분야 입문서나 개설서로 에른스트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백승길 등 옮김.예경.3만5천원)처럼 흥미롭게 쓰여진 책이 또 있을까. 물론 미술이 예술을 대표하는 장르인데다 명작을 가려 뽑은 도판 덕분에 개설서가 가지는 심심함을 덜고 있기도 하지만 이 책의 진가는 유려한 문체와 편안한 서술이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미술사학자 곰브리치는 이 책에서 기원전 1만3천년 선사시대 동굴벽화에서부터 1980년대 데이비드 호크니에 이르는 현대미술까지를 개괄한다.

여기서 그는 해박한 지식과 지혜 뿐 아니라 작품을 보는 안목과 깊은 사랑으로 미술사를 솔직하고 간단.명료하게 풀어놓는다.

특히 각 주제를 이야기 하듯 접근하면서도 교재가 가져야 할 사실의 명확성을 놓지 않는다.

시대와 양식, 작품명이나 작가들 이름을 알기 쉽게 정리하고 시각 예술의 질서 체계를 일목요연하게 정립하고 있는 것. 바로 이런 점이 '서양미술사' 를 지난 50년간 부동의 스테디 셀러의 자리에 올려놓은 힘이다.

곰브리치의 안내에 따라 서양 抉珦?바다를 항해하다 보면 미술의 역사가 과거의 연관 속에서 미래를 암시하는 작품들로 끊임없이 이어진다는 사실, 피리미드 예술이 현대 예술로 이어지는 연결성을 어렵잖게 깨달을 수 있다.

이 책이 국내 첫 선을 보인 것은 77년. 열화당에서 두 권짜리로 출간됐다. 그러나 94년부터 도서출판 예경이 영국 파이돈 출판사와 정식 저작권 계약을 맺어 책을 공급하고 있다.

지금도 매달 5백 부 정도가 팔려나갈 정도로 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책 값과 예술서란 점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부수다.

미술대 신입생의 필독서로 첫 손에 꼽히지만 미술을 좋아하는 일반인에게 더 어울린다. 문득 지적인 미술 여행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손에 쥐어도 후회하지 않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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