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흥·태백, 땅 팔고 봉급 깎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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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지난 12일 오전 경기도 시흥시청 시장 집무실. 김윤식 시장과 윤희돈 기획평가담당관, 권응서 예산계장 등 6명이 2시간여 걸친 회의 끝에 배곧신도시(옛 군자지구·면적 490만㎡) 토지매각을 앞당기기로 했다. 애초 내년 상반기 중 매각하기로 한 시범단지 45만㎡를 늦어도 연말까지 건설업체에 넘기기로 했다. 시는 매각대금 2000억원 중 500억원을 빚 갚는 데 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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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도 태백시도 이날 김연식 시장 주재로 긴급회의를 열고 시장 업무추진비와 직원 인건비 삭감 등을 통해 250억원을 절감한다는 내년도 예산절감안을 마련했다. 올 예산의 10% 수준이다. 시는 이 돈 가운데 150억원을 부채 상환에 쓰기로 했다.

 땅 팔고, 판공비 줄이고, 직원 임금 깎고….

 재정위기 단체로 지정이 거론되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태백시·시흥시·인천광역시 등이다. 행정안전부는 13일부터 예산 대비 채무비율이 40%를 넘거나 지방공사 부채가 순자산의 6배를 초과하는 지자체를 골라내 ‘재정위기단체’로 지정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태백시는 사실상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황을 목전에 두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태백시의 채무잔액은 401억원, 예산 대비 채무비율은 14.9%. 이 수치만 보면 재정 상황이 나쁜 편은 아니다. 하지만 오투리조트의 부채를 합치면 상황은 달라진다. 시가 출자한 태백관광개발공사는 오투리조트를 운영하면서 현재 2800억원의 빚더미에 깔린 상태. 직원 월급을 2개월째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공사설립 초기 1135억원의 순자산은 자본잠식을 거쳐 0원이 된 지 오래다.

 오투리조트가 문을 닫는 최악의 경우 지급 보증한 1460억원과 이로 인한 이자 98억원이 태백시 순 채무가 돼 부채비율이 70%를 넘게 된다.

 시흥시와 인천시는 채무비율이 재정 위기 경보 기준인 40%를 넘어섰거나 근접했다. 시흥시는 총 채무액 3414억원 중 3000억원이 배곧신도시(군자지구) 개발사업을 위해 2009년도에 발행한 지방채다.

 9월 말 현재 인천시의 부채비율은 38.7%로 전국 광역시 중 가장 높다. 아시안게임 준비와 도시철도 2호선 건설을 위해 내년과 2013년에 각각 5600억~5700억원의 지방채를 추가 발행하면 채무비율은 40%를 넘어설 것이다. 정태옥 인천시 기획관리실장은 “세수 발굴과 사업 구조조정을 통해 채무비율이 40%를 넘지 않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영진 기자

◆재정위기 지자체 지정되면=지방채 발행과 신규 투·융자사업 추진이 제한돼 예산 편성의 자율성을 잃게 된다. 광역시·도는 총사업비 40억원 이상, 시·군·구는 20억원 이상의 신규 사업을 할 수 없다. 조직 축소 , 채무상환 등 재정 건전화 계획을 60일 내에 수립·이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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