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이코노미스트 “현대투신은 여전히 휴화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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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씨일가의 퇴진발표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금융시스템이 위기를 완전히 탈출한 것은 아니며 현대투신은 여전히 한국금융시장의 휴화산상태라고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는 2일자 최근호에 실린 `또다시 벼랑끝으로'제하의 기사에서 한국금융문제의 핵심은 ‘신뢰의 문제’라면서 한국정부가 금융 및 재벌개혁을 신속하게추진하지 않으면 97년과 같은 심각한 위기가 다시 올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4월 대우그룹 회사채와 CP(기업어음)의 주요한 인수자였던현대투신의 유동성위기에서 시작된 현대그룹 사태가 정주영 명예회장을 비롯한 총수일가의 퇴진으로 어느 정도 시장의 회복을 가져왔지만 투신문제는 여전히 한국금융시장에 대한 우려의 근원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투신문제의 근원에 대해 이코노미스트는 전경련의 통계자료를 인용, 97년 외환위기후 정부의 부채비율 200%이하 축소요구로 4대 재벌이 총부채를 165조원에서 139조6천억원으로 줄이는 과정에서 증시활황을 바탕으로 한 재벌계열 투신사들의 증자등 대규모 자금동원을 꼽았다.

그러나 그 결과 지금은 대한투신과 한국투신, 현대투신 등에 모두 8조원 규모의구제금융이 필요한 상태가 됐다며 시장의 신뢰를 상실한 데다 증시마저 폭락해 투자자들이 3대 투신사로부터 9개월간 84조원의 자금을 인출하는 등의 사태가 일어나 현한국금융시스템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는 그동안 한국은 외환위기후 지속된 무역수지흑자로 막대한 외환을 비축함으로써 대외적인 신뢰문제에 대응해왔으나 수입급증으로 이같은 상황도 점차 끝나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정부가 이미 100조원이 투입된 공적자금외에 추가자금이 필요함에도 국회동의를 받기를 꺼리고 있다며 한국정부가 금융구조조정문제에 대해 계속 이같은 태도를 보이는 한 현대투신문제는 언제든지 폭발할 수 있는 휴화산으로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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