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는 좋은데…"세종시에 속타는 L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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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일기자] 세종시 첫 민간 분양 아파트 견본주택이 인산인해를 이루는 등 세종시 분양시장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지만 정작 시행을 맡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기분이 썩 좋지 않다.

아파트 용지가 그대로 미분양 된 상태인 데다 삼성물산·대림산업·현대건설이 여전히 사업 포기 입장인 때문이다.

대우건설이 7일 세종시에서 최근 문을 연 세종시 푸르지오 견본주택에는 개관한 지 이틀 만에 1만여 명이 다녀갔다. 대중교통이 불편해 실수요자 아니면 내방객이 없을 것으로 봤던 대우건설도 측의 예상도 빗나갔다.

주변 부동산 중개업소에는 투자 문의 전화가 잇따르고 있다. 일반분양 물량은 얼마나 되는지, 투자 가치는 있는지 등이다. 세종시 관문인 조치원읍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분양 전부터 정보가 있으면 달라며 연락처를 남기고 간 사람이 수십명”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과 5월 LH가 분양한 첫마을 아파트에 이어 민간 아파트 마저 청약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지만 LH의 세종시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분위기만 좋지 사업성은 없어”

땅을 분양받았다가 아파트 건설을 거부해 계약 해지한 물량을 포함해 최근 두차례나 입찰 매각을 시도했으나 참여 업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선착순 수의계약 방식으로 전환했지만 문의도 뜸하다.

민간 단지 견본주택에 주택 수요가 몰리면서 내심 기대를 했지만 실망감만 커졌다. LH의 한 관계자는 “좀 더 시간이 지나야 할 것 같다”며 “아직은 미분양 아파트 용지에 관심을 갖는 업체가 없다”고 말했다.

아파트 사업 포기를 선언한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대림산업 등 3개 사의 입장에도 큰 변화가 없다. LH는 3개 사를 대상으로 7월 계약이행청구 소송을 검토하기도 했지만 사실상 포기한 상태다.

하지만 소송 결과가 불투명하고 과정에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얻는 게 없기 때문이다. 차라리 업체들이 설득하는 게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세종시 푸르지오 등 민간 단지들이 분양에 성공할 경우 새로운 협상의 여지가 생길 것이란 기대도 깔려 있다.

하지만 업체들의 반응은 여전히 차갑기만 하다. LH 관계자는 “3개 사 모두 다른 업체들의 분양 성적과 무관하게 세종시 사업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이 사업을 포기하려는 것은 분양가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판단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업에서 발을 뺀 업체들이 세종시에서 분양받은 땅값 등을 감안하면 분양가가 800만원대 중반은 받아야 손해를 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LH는 그러나 메이저 업체들이 갖는 상징성이 크고 3개 사 물량 자체가 4000여 가구에 달해 이들 업체들이 돌아오기를 바라고 있다.

또 안전한 도급 사업만 하고 분양 사업은 마다하는 건 국책 사업을 대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는 거리가 멀다는 게 LH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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