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생명공학 성공비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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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생명공학 관련 산업은 유럽에서 단연 으뜸이다. 세계의 3천여개 생명공학 관련 기업중 4분의1이 영국에 있다. 그 중 유전공학.분자생물학 등 생명공학 분야의 벤처기업만도 4백60여개에 달하며 관련 종사자 수도 4만여명으로 미국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영국내에서도 스코틀랜드는 넓은 땅과 자연환경 등 천연적 입지조건으로 신생 벤처기업들이 몰려들어 첨단 생명과학 분야의 중심지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연구에 있어서도 다른 유럽 국가들의 추종을 불허한다.인체 지놈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케임브리지의 생거 연구소는 인간의 22번 염색체의 유전자 지도를 그려내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겨루고 있다. 인간이 아닌 가축과 관련한 생명공학 분야에서는 복제양 돌리로 유명한 에든버러의 로슬린 연구소가 세계 최고다.

이처럼 영국이 생명공학 분야에서 앞서 나가고 있는 것은 영국 정부가 유럽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생명공학 연구에 관대한 태도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에서 인간배아 실험과 시험관수정 등에 관한 모든 연구는 인간수정발생학당국(HFEA) 의 규제를 받는다. 영국의 현행법은 인간배아의 실험을 이미 허용하고 있다.

불임연구 등을 목적으로 한 인간배아의 실험은 HFEA의 허가를 얻어 14일간의 범위 내에서 실시할 수 있게 돼있다.

기간을 제한한 것은 배아가 14일이 지나면 자궁에 착상돼 태아로 성장하기 때문이다. 태아가 되기 이전의 배아는 아직 ''인간'' 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윤리적 논란이 끼어들 소지가 없다는 논리다.

HFEA는 한걸음 더 나아가 1998년 인간복제를 의미할 수 있는 ''재생산적 복제'' 의 금지를 재천명하는 대신 질병 퇴치를 위한 ''치료적 복제'' 는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길을 열어놓았다.

영국 정부는 이에 따라 치료적 복제과정에서 인간배아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정부출연연구기관과 사설 생명공학 기업, 대학 연구소 등의 연계도 원활하다. 로슬린 연구소의 경우 14.5㏊의 넓은 대지의 로슬린 바이오 센터내에 로슬린 연구소와 PPL테라퓨틱스.지론바이오메드.로스젠 등 벤처기업,에든버러 대학의 생물연구소 등 8개 기관이 네트워크를 이뤄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정책의 유연성과 원활한 네트워크가 유지되다 보니 연구성과가 많은 것은 당연한 이치다.지난달 발간된 ''2000년 유럽생명공학 보고서'' 에 따르면 생명공학 분야에서 유럽 전체의 자산가치 중 60%를 영국 기업들이 차지하고 있다. 또 지난해 임상시험이 실시된 60여개의 신약 중 75%가 영국에서 개발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생명공학이 21세기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심축이 될 것이라는 판단 아래 2002년까지 관련 분야에 14억파운드(약 2조4천억원) 를 투입, 집중 육성한다는 전략을 세워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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