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현대 자구안 긍정평가로 현대사태 새 국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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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가 정주영 명예회장과 일부 가신(家臣) 경영진의 지위 유지, 3조4천억원의 유동성 확보를 주된 내용으로 하는 추가 자구계획을 채권단에 제시했다.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은 이에 대해 유동성 확보 등 일부 자구안에 대해서는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정부측은 경영.지배구조 혁신 차원에서 정 명예회장과 이익치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어 갈등 국면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은 상황이다.

현대는 28일 오후 `현대의 입장'이라는 보도자료에서 '대주주는 소유지분에 대한 책임과 권한만을 행사하고 경영권에는 관여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지키겠다'고 밝혀 정주영 명예회장의 현대자동차 개인 최대주주 지위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현대는 이익치 현대증권 회장과 이창식 현대투신 사장 등 금융부문 경영진에 대한 문책인사를 할 뜻도 전혀 없음을 밝혔다.

다만 현대는 최근 유동성 위기를 겪었던 현대건설 보유 유가증권과 부동산 등의 매각으로 5천426억원, 필요할 경우 서산농장 매각 등으로 6천400억원 등 1조2천억원의 자금을 확보하는 한편 올 해 투자계획(6조5천억원)을 4조3천억원으로 축소조정, 2조2천억원을 추가 확보하기로 하는 등 모두 3조4천억원의 자금을 조달하기로 했다.

현대의 이같은 방안은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이 요구했던 정주영 명예회장과 이익치 현대증권 회장등 일부 가신 경영인의 퇴진 등을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해석된다.

외환은행은 그러나 현대가 자구노력 등에서 한층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세부 내용에 대해 협의해오면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용근(李容根) 금융감독위원장은 채권단과 현대가 시장 상황을 잘 알고 있는만큼 앞으로의 협의과정에서 더욱 진전된 결과를 내놓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채권단이 내심 현대의 자구책이 시장의 신뢰를 받기 힘들다고 판단하면서도 겉으로는 자구책의 일부를 수용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은 다분히 시장을 의식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편 현대는 전날 주주총회에서 정부.채권단의 기대와 달리 이익치 현대증권 회장과 이창식 현대투신 사장을 유임시킨 데 이어 정몽헌 회장과 김윤규 현대건설 사장은 외자유치 협상을 이유로 일본으로 출국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현.노효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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