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수사 땐 망명 각오 … DJ, YS 협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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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10월 24일 김대중 국민회의 대통령 후보와 김영삼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회담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김대중 정부의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출신인 장성민 전 의원은 2일 중앙SUNDAY 기고문에서 “1997년 15대 대선 직전 김대중(DJ) 당시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김영삼(YS) 당시 대통령에게 ‘검찰이 (DJ 비자금) 수사를 하면 김 대통령은 퇴임 후 망명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공개했다.

 장 전 의원에 따르면 97년 10월 16일 DJ는 조선호텔 7층 객실에서 극비리에 김광일 당시 청와대 정치특보를 만나 DJ 비자금 사건 수사와 관련, “만약 검찰이 수사를 하면 광주를 비롯한 전국에서 민란이 일어날지도 모르고 나도 YS와 전면 투쟁을 하는 수밖에 없다”며 이 같은 의사를 전달했다고 한다. 당시 DJ는 “만일 대통령이 중립이라면 검찰에 수사 중단을 요청하라”며 “이번 선거에서 대통령이 중립을 표방하고 신한국당을 탈당해 최초의 정권 교체가 이뤄진다면 YS의 퇴임 이후 안정적인 생활을 책임지고 보장하겠다”고 덧붙였다고 한다. 장 전 의원은 “한마디로 퇴임 후 안전을 보장할 테니 중립을 지키라는 일종의 협박이었다”고 설명했다.

 DJ는 김 특보를 만난 다음 날인 17일 YS에게 경제 침체와 관련한 영수회담을 제의했었다. 장 전 의원은 “아무리 힘이 빠져도 현직 대통령인 이상 어떻게든 YS를 중립에 있게 해야 한다는 게 DJ의 판단이었다”고 회고했다. 이후 김태정 당시 검찰총장은 19일 YS를 만나 DJ 비자금 수사 불가론을 폈고 YS가 동의하자, 21일 신한국당이 고발한 DJ 비자금 사건 수사를 대선 이후로 늦춘다고 발표했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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