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 핸드폰 소리 때문에 웹 우승 날아가

중앙일보

입력

LPGA 최고의 수퍼스타, 카리 웹이 무례한 갤러리에 의해 녹다운됐다.

웹은 지난주 테네시주에서 폐막된 일렉트로럭스 USA챔피언십에서 우승은 커녕 공동 6위에 그쳤다.

웹의 부진은 대회 마지막날 초긴장 속에서 라운딩하던중 무례한 갤러리의 핸드폰이 울리는 바람에 완전히 리듬이 깨졌기 때문이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웹은 대회 3라운드까지 9언더파를 기록, 선두 팻 허스트를 2타차로 바짝 추격하고 있었다. 첫날 1오버파의 부진을 딛고 2라운드 5언더파, 3라운드에서 다시 5언더파란 무서운 기세로 급부상하던 그였기에 4라운드에서 선두따라잡기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웹은 이 대회 전까지 LPGA 공식대회만도 6번 출전해 무려 4번을 우승하는 등 올시즌 가공할 기량을 발휘하고 있어 그야말로 허스트로서는 풍전등화의 위기를 느껴을 터이다.

웹은 마지막날 초반에 점수가 오락가락하는 난조를 보였다.

첫홀 보기, 3번홀부터 7번홀까지는 버디-보기-버디-보기-버디로 완전히 롤러코스트 스코어였다.

7번홀까지 웹의 점수는 9언더파, 허스트는 12언더파로 전날보다 오히려 한타 벌어졌지만 추격의 기회는 아직도 많았다.

그런데 8번홀에서 문제의 핸드폰 사건이 벌어졌다.

웹이 버디펏을 하려는 순간 갤러리들 사이에서 “삐리리리∼” 핸드폰이 울린 것.

순간 당황한 웹은 버디를 미스하고 파에 만족해야만 했다. 나중에 이 홀에서 허스트는 버디를 잡아 순식간에 4타차로 달아나면서 사실상 웹은 추격의 리듬을 놓쳐버린 것이다.

웹은 파펏을 마무리 짓곤 문제의 핸드폰 주인에게 다가가 “당신때문에 한타가 날라가버렸단 말야. 제발 핸드폰 좀 꺼버려”라고 항의했다. 사실 웬만한 소음에 프로들이 전체 갤러리에게“조용 좀 해줘요”라고 말하지 당사자에게 직접 항의하는 예는 드물다. 이를 볼 때 웹이 얼마나 화가 났는지를 능히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이후의 성적을 보면 웹이 8번홀에서 완전히 리듬을 잃어버렸음을 알게 된다.

다음 9번홀에서 곧바로 보기를 범한후 후반 7홀동안 단 한번의 버디도 잡지 못한채 17번홀에서 다시 보기. 결국 웹은 전날스코어에서 2타를 까먹은 7언더파로 공동 6위에 그쳤다.

남들은 그래도 좋은 성적이라고 자위할지 모르지만 웹으로서는 올시즌 최악의 성적이었다.

그리고 상금도 겨우(?) 2만5,965달러. 우승이나 2위까지 생각치는 않는다해도 만일 8번홀에서 한타만 줄였다면 4인 공동 3위로 3만9,200달러를 받았을 것이다.

결국 위대한 LPGA의 영웅은 ‘삐리리리∼’ 한 소리에 우승기회를 놓쳤을 뿐더러 1만3,000여달러라는 재산상의 손해까지 감수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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