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설로 투자심리 크게 위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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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구조조정에 대한 불확실성 지속과 일부 동남아 국가들의 외환시장 불안에 따라 증폭되고 있는 경제위기설이 투자심리를 급속도로 냉각시키고 있다.

18일 거래소 시장은 지수 700선이 위협받으며 이틀째 폭락했다. 지수는 전날보다 14.23포인트(1.95%) 떨어진 712.95로 마감했다.

코스닥시장도 이틀 연속 연중최저치를 경신하며 13.66포인트(9.10%) 떨어진 136.37로 주저앉았다.

증시전문가들은 국내외 경제여건이 좋지 않고 주가가 속절없이 하락하자 조정장세가 장기화할 조짐도 없지 않은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 경제위기론이 폭락세 촉발〓2차 금융구조조정에 대한 우려감과 오는 7월부터 채권시가평가제를 실시할 경우 투신부실이 몽땅 드러나 금융시장이 교란상태에 빠질 것이라는 걱정이 커지고 있다.

이런 불안감에 따라 정부가 다음달부터 4조9천억원의 공적자금을 한국투신과 대한투신에 투입하겠다고 밝혔지만 시장의 신뢰는 살아나지 않고 있다.

여기에다 대우채 처리와 현대투신의 자구노력도 아직은 불투명하다는 것.

이같은 상황에서 최근 국제수지 전망이 좋지 않고 인도네시아와 태국의 환율이 불안해지면서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가 재발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증시전문가들은 ▶우리나라는 투자적격 수준을 회복했고▶외환보유액이 8백억달러를 웃돌고 있으며▶정해진 일정에 따라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며 지나친 위기설 조장을 경계하고 있다.

대신경제연구소 정윤제 연구위원은 "일부 국가에 외환위기가 발생하더라도 화교자금이 싱가포르나 홍콩으로 도는 것이지 우리나라에는 직격탄이 날아오지 않는다" 며 "우리나라의 경우 97년 당시와는 여건이 크게 달라졌다" 고 말했다.

◇ 증시 체력 극도로 저하〓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것은 무엇보다 주가지수 자체가 너무 내려앉고 있다는 점. 종합주가지수는 700선이 위협받고 있고 코스닥지수도 130선까지 밀려 97년말과 같은 수준이다.

기업들이 부채비율을 줄이기 위해 증자물량을 과도하게 쏟아낸 바람에 증시의 수급상황이 아주 나빠졌다.

지난해 거래소시장은 30대 그룹을 중심으로 부채비율 2백%를 맞추기 위해 50조원 규모의 증자물량을 쏟아냈고, 코스닥시장은 올들어 지금까지 10조원의 증자 및 공모물량이 공급됐다.

◇ 얼어붙은 투자심리〓코스닥시장은 최근 개인투자자들의 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시장' 으로 돌변했다.

지수하락이 주춤거리기만 하면 '이제는 기회' 라고 판단한 개인들이 몰려들었다가 폭락장세를 만나 쓰디쓴 맛을 보고 있기 때문.

최근 약세국면에서도 하루 거래대금이 4조원을 웃돈 것은 이처럼 개인들이 섣불리 저가매수에 나섰기 때문이다.

외국인과 기관은 이달 들어 각각 1천1백65억원, 1천5백55억원을 매도하며 손을 털기 시작했으나 개인들은 이들의 매물을 덥석 물며 4천3백58억원을 순매수했다.

그러나 '오늘은 돌아서겠지' 하는 기대 속에 매입하던 개인들도 주가가 속절없이 하락하자 완전히 '깡통' 차기 전에 팔자로 돌아서 17일부터는 투매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한편 증시폭락에 대해 이근경 재경부 차관보는 "적극적인 흑자관리 및 경제위기설의 조기 진화를 통해 시장불안 요인을 줄여나가는 한편 코스닥 기업들의 과도한 증자 등을 자율 규제해 물량부담을 덜어줄 방침" 이라며 그러나 "인위적인 부양책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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