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취재일기

‘우면산 산사태’ 여전히 하늘 탓하는 서초구청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2면

김영훈
사회부문 기자

27일 오전 서울시 국정감사장. 진익철 서초구청장에 대한 증인 신문 도중 이례적으로 사회자인 이인기 국회 행정안전위원장(한나라당)이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진 구청장에게 “구청장 답변이 형식적이고 딱딱하다.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고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에둘러 말했지만 참다 못해 한마디 한 것이다.

 같은 당 소속 의원이 나설 정도로 이날 진 구청장의 답변은 볼썽사나웠다. 16명의 목숨을 앗아간 7월 서초구 우면산 산사태에 대한 답변에서다. 그는 “평소 하수 관리를 잘했고 6월 장마 때도 잘했다”며 “산사태 때는 대한민국의 모든 시설이 감당하지 못할 100년 빈도의 비가 내렸다”고 말했다. 천재(天災) 주장은 남 탓으로 이어졌다. 우면산이 산림청이 정한 산사태 1급 위험지였다는 경고를 무시했다는 지적에 그는 “공문 하달이 없었다”고 답했다. 그는 “산림청 경보 시스템은 실효성이 없다. (산사태 담당 구청 직원 같은) 지엽적인 것보다 산림청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주장을 펼친 진 구청장은 이날 국감장의 외톨이였다. 비가 많이 온 걸 인정하는 의원들도 “시와 구에서 종합적인 대응을 못 한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진 구청장의 유일한 버팀목은 ‘비가 와서 산사태가 났다’는 내용을 담은 서울시 산사태 원인조사단의 보고서였다. 문학진 민주당 의원이 ‘소가 웃을 일’이라고 표현한 그 보고서다. 진 구청장이 직접 추천한 전문가 자격으로 국감에 나온 이수곤(토목공학) 서울시립대 교수조차 “16명의 조사위원 중 조사단장의 제자가 3명이나 있어 구성에 문제가 있었다”며 “보고서는 천재라고 했지만 내가 볼 때는 인재(人災)”라고 밝혔다. 조사단에는 방재 행정을 다루는 전문가가 아예 없었다.

 진 구청장의 좌우명은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고 한다. 인간으로서 최선을 다하고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는 뜻이다. 하늘 탓을 하기 전에 구청장으로서 ‘진인사’ 했는지 자문자답해 볼 일이다.

김영훈 사회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