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품새와 택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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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우리 고유의 무도인 태권도는 현재 많은 나라에 보급되어 있으며 올림픽 경기 종목이기도 하다. 이렇게 국제화된 종목이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그동안 태권도의 본산인 국기원에서 쓰는 용어와 표준국어사전의 용어가 달랐다.

 태권도에서는 ‘공격과 방어의 기본 기술을 연결한 연속 동작’을 만들어 수련하는데 숙련 정도에 따라 태극·고려·금강·태백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이 수련 동작을 얼마 전까지 표준국어사전에서는 ‘품세’라 하고 국기원에서는 ‘품새’라고 해 왔다. 최근 국립국어원에서 표준어를 조정하면서 ‘품새’를 인정함으로써 ‘품세’와 ‘품새’는 복수표준어가 됐다.

 이런 사례는 우리의 또 다른 고유 무술인 ‘태껸’에서도 발견된다. 지금까지는 ‘태껸’이 표준어였다. 하지만 대한택견연맹, 결련택견협회 등의 명칭에서 보듯 그 분야 전문가들은 ‘택견’이라는 용어를 많이 써왔고, 무형문화재 76호 명칭도 택견이다. ‘택견’ 역시 이번에 복수표준어로 인정됐다.

 국어사전과 현실의 괴리를 없앤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같은 사안을 설명하는 데 발음과 모양이 거의 비슷한 단어를 둘 다 허용함으로써 생기는 혼란은 피할 수 없을 듯하다.

김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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