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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인재들과 e-메일 토론 … 미·중 기업에서 인턴십 밟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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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 추세에 발맞춰 대학도 변하고 있다. ‘세계적인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대학들이 팔걷고 나섰다. 해외 유명 대학들과 자매결연을 하고 교환학생·복수학위제를 통해 대학별로 매년 1000여 명의 재학생들을 전 세계 대학에 내보내고 있다. 그뿐 아니다. 세계적인 석학들을 국내 대학에 초청해 학생들에게 그들의 전문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물론, 보다 나은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세계 각국의 학생들을 불러들이는 데도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이제 국내 대학에 다니면서도 학생들은 세계적 수준의 교수·인재들과 함께하면서 국제화된 전문지식을 키울 수 있게 됐다.

최석호 기자

지난달 19일부터 5일 동안 서울 코엑스와 연세대 신촌캠퍼스에서는 세계 31개국 대학생 450여 명과 세계적 기업인·학자 등 9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지식·문화올림픽’이 열렸다. 연세대생과 하버드생이 공동주최한 ‘HPAIR(Harvard Projet for Asian and International Relations) 아시아 회의’ 행사다. 이 회의에선 ‘기로에 선 아시아의 선택’을 주제로 세계 금융위기와 미디어 혁신의 흐름 속에서 아시아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연세대 학생들은 1년여에 걸쳐 하버드생들과 e-메일과 인터넷 전화로 소통하며 해당 주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연세대 김중민(22·언더우드학부 경제학과 3) 위원장은 “미국 하버드대와 보스톤대·콜롬비아대, 일본 동경대와 중국 북경대 등 해외 우수 인재들과의 토론을 통해 경제·정치 상황에 대한 세계적 안목을 키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같은달 8일부터 13일까지, 연세대 학생들은 중국 푸단대 한단캠퍼스에서 열린 ‘동북아 이슈에 대한 학술세미나’에도 참가했다. 아시아의 미래와 차세대 동북아 리더들의 역할에 대한 푸단대 교수들의 강연을 듣고, 일본·중국 학생들과 의견을 공유하는 자리였다. 최근 일어난 일본 대지진과 중국 열차사고, 한국 홍수재난과 같은 국가적 위기상황을 제시한 뒤 긴급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논의가 진행됐다.

최근 대학들은 국제화된 학문지식을 가르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지식을 토대로 국제적 업무를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외대는 외교통상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협약을 맺고, 인턴십 제도를 통해 학생들이 해외무역관과 해외주재 한국대사관·국제기구에서 실무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돕는다. KOTRA 해외무역관 인턴십은 매년 언어능력·전공실력을 갖춘 학생을 선발해 전 세계 KOTRA 해외무역관 인턴으로 파견하는 제도다. 2007년부터 진행되고 있는 외교통상부 재외공관 인턴십은 학부 3·4학년생과 대학원생들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매년 100명의 학생들이 6개월 동안 재외공관에서 외교실무경험을 쌓는다.

 단국대는 월트디즈니월드사와 협약을 맺고 ‘FSU-Disney 인턴십’ 프로그램을 진행 한다. 학생들이 테마파크와 리조트에서 6개월 동안 인턴으로 활동하며 각국의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고, 경영능력과 위기대처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단국대 장호성 총장은 “인턴십 과정에 선발된 학생들은 교환학생 자격으로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에서 최대 12학점을 취득할 수 있기 때문에 호응이 높다”며 “학업과 업무를 병행하면서 학비조달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라고 말했다.

 대진대는 중국 현지에 캠퍼스를 설립했다. 2005년 중국 쑤저우대와 하얼빈사범대와 합작해 만든 ‘DUCC(Daejin University China Campus)’가 그것. 재학생 누구나 국내에서 2년 공부한 뒤 중국 현지 캠퍼스에서 2년 동안 수학하면서 기본과정(1개 학기), 심화과정(1개 학기), 복수학위과정(4개 학기 2년)을 이수하면 2개의 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 2011학년도 2학기 현재까지 총 3087명이 중국 유학을 다녀왔다. 중국에 체류하는 동안 방학기간에는 중국 현지 기업에서 인턴십을 밟을 수 있다. DUCC에 다녀온 상당수 학생이 하이닉스, GS칼텍스와 같은 현지 한국기업과 중국기업 취업하고 있다.

 2009년 경제자유구역인 송도로 이전한 인천대도 제2 캠퍼스 설립을 추진 중이다. 이미 벨기에 명문대인 겐트대와 2013년 송도캠퍼스에 분교를 개교하기로 최종합의를 마쳤다. 지난해에는 스페인 말가리다대와 ‘항공우주·바이오·커뮤니케이션 등 6개 분야를 공동으로 연구한다’는 내용의 교류협정을 맺고 9월 초 캠퍼스 내에 말가리다대 사무소를 설치했다. 영국 플리머스대와 미국 일리노이공과대 등과도 분교 건립과 공동학위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협의가 진행 중이다.

예년 어학당을 중심으로 단기 언어교육프로그램을 수강하기 위해 국내 대학에 들어왔던 외국인 학생들의 움직임도 달라지고 있다. 한국 대학의 위상이 높아진 데다 한류열풍까지 더해지면서 상당수 외국인 학생이 학부·대학원 정규과정으로 몰려들고 있다.

 학위취득을 목적으로 현재 경희대에서 공부하고 있는 외국인 유학생은 올해 1학기 기준으로 2500여 명이다. 아시아 국가뿐 아니라 미국, 유럽 학생비율이 해마다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최근에는 중동이나 아프리카 출신 학생들도 늘고 있다. 경희대 강곤 국제교류처장은 “우수 외국인 인재유치를 목표로 2007년 11월부터 외국인 학생들의 한국생활 지원을 위한 외국인지원센터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며 “외국인들을 위한 취업특강과 이미지메이킹 스쿨, 국내기업 초청 취업박람회 등을 진행하면서 외국인 유학생 사이에서 한국 대학의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선문대도 매 학기 외국인 유학생과 국내 학생을 1대 1로 연결해 주고 있다. 올해도 16개국 유학생 82명과 한국학생 84명이 매주 만나 소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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