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 칼럼] 증시 수급개선 장기투자 정착에 달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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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한 봄날이다.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온갖 생명체들은 번식을 꾀하고 초목들은 새싹을 돋우고 꽃을 피우며 생동한다. 모처럼 가족과 함께 일산 호수공원으로 나들이를 갔다. 하늘은 황사 기운이 완전히 가시지 않아 다소 희뿌연 날씨지만 탁 트인 공원을 돌아보는데는 자전거를 이용하는 방법이 좋을 것 같아 2인용 자전거 두 대를 한시간에 5천원씩에 빌려 이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몇 미터 떨어지지 않은 공원내에서는 자전거 대여료가 6천원으로 천원이나 차이가 났다. 자전거 상태는 대동소이했건만 지역차이로 20%가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이를 주식투자와 연결해 보면 똑 같은 주식을 어떤 사람은 5천원에 매입하고 어떤 사람은 6천원에 매입한 셈이다. 여기서 투자행위는 모두 똑 같지 않고 때와 장소에 따라 큰 차이가 생김을 알 수 있다. 약간의 거리를 둔 장소의 차이와 자전거를 많이 이용하느냐 적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가격 결정요소가 달라지는 셈이다. 따라서 장소의 차이를 알아내고 이용자 과다를 예상하면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주식을 매입할 수 있다는 평범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자전거 대여점이 있느냐 없느냐 여부와 위치가 어디 어디 있느냐 가격은 각각 얼마냐, 항상 그 가격이냐 수요 여부에 따라 차이가 나느냐를 파악하는 작업이 곧 투자정보를 획득하고 투자 타이밍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일반의 투자결정, 대중심리에 휩쓸릴 경우가 많아

객장에 장바구니를 들고 나온 여성 고객들이 상당수 발견된다. 그러나 콩나물 한 근을 매입할 때는 잔발이 많아 비료를 쓰지 않았는지, 혹시 유해 농약을 쓰지 않았는지, 가격은 비싸지 않은지 꼼꼼히 따지고 물건값을 깎으려 애쓰면서 거금을 들여 주식투자 종목을 고른다던지 타이밍을 결정하는 중요한 의사 결정에는 옆사람 따라하기가 일쑤다. 때로는 이러한 대중 투자방식이 요행으로 크게 수익을 남겨주기도 하지만 금융장세 성격을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수익을 얻지 못할 때가 많다. 몇 년치 콩나물값을 깍은 대금으로, 아니 몇년동안 아껴 모은 저축금으로 주식을 고르거나 타이밍을 결정하는 데는 보다 신중하게 보다 안전하게 투자할 수 있도록 고민을 거듭해야함에도 불구하고 너무 쉽게 결정해 버리는 경향이 많은 것이다.

이러한 결정의 근거에는 사실상 투자라는 개념보다는 투기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1년치 공금리 수준보다 조금 높은 수익을 얻으려는 목적보다는 대부분 일확천금을 노리는 소위 대박을 바라는 요행이나 사행심이 그 원인이 된 것으로 볼 수 있다.투자와 투기의 차이점은 합리적 의사결정과 합리적 수익을 지향하느냐 아니면 도덕성을 버리고 이기적 목적하의 큰 수익을 바라느냐에서 드러난다. 이러한 일반투자가들의 투자 성향이 우리나라를 헤지펀드의 천국으로 만들고 있다. 헤지펀드도 종목 매입후 매도시점까지 평균 6개월이 넘고 만기가 2∼3년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1년 이상 가는 펀드가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물론 제도적인 뒷받침이 장기 투자를 유도하지 못하게 된 점도 있지만 기관투자가들에 맡기는 자금 역시 환매 제한 수수료가 없어지는 시기가 만기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현실에서 장기투자나 기관의 완충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 증권사들의 세계 최저 사이버수수료 인하경쟁으로 인해 모멘텀 투자와 당일매매가 유행되어 버린 현실에서 투기적 거래자는 쉽게 발견할 수 있어도 진정한 투자자들은 그리 많지 않는 한 증시의 장기적 수급확충은 사실상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개인투자가들이 성공하는 비결

첫째, 주도산업을 찾아 50%이상 집중 투자하라.
주식시장 참여자들의 궁극적 목적은 투자에 대한 수익률 제고에 있는데 종합지수를 연동시키느냐 아니면 개별종목에서 수익을 내느냐가 관건이다. 어느 쪽이든 경제활동의 최종 결과물인 거시경제활동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 다음으로 산업 흐름을 파악하고 주도 산업을 포착하여 여기에 50%이상 투자비중을 집중하는 방법이 효과적이다. 사실 개인투자자들은 정보수집과 기업 분석이 쉽지 않아 기관보다 불리할 것으로 미리 예단하는 경향이 있는데 경제신문의 증권란보다 산업, 경제, 해외면을 살펴 큰 줄기 흐름을 잡으면 유망산업과 주도산업을 찾기란 어렵지 않다.

둘째, 일확천금을 바라고 주식을 매입하지 말라.
하루에 거래소 시장은 상하 가격제한폭까지 등락하면 30%나 변동하여 1년 공금리의 3배이상의 수익이 생기거나, 손실을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리스크가 큰 만큼 수익을 가져다주지만 반대로 손실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1년에 종합지수 상승률의 2배 또는 공금리 수준의 2배수준 이상의 욕심을 내지 않는 투자자세를 가지면 항상 플러스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셋째, 기업내재가치를 따지고 실적에 근거한 투자방법을 선택하라.
시장상황이나 종목에 대해 연구하지 않고 인기추천종목이나 주위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종목에 쉽게 투자하는 경향에서 벗어나 최소한 기업분석 자료를 가지고 기업 내재가치하에 최근 기업 변동사항을 따져서 매매에 주체의식을 가지고 실적에 근거한 투자를 해야 진정한 투자자세와 기다릴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좀더 부지런하면 회사에 전화를 해 주식담당자와 최근 기업동향을 살펴보는 수고 정도는 해야 할 것이다.

넷째, 상승국면에서는 장기 투자방법을 택하고 조정국면에서는 단기 투자방법을 택하라.
일반 투자가들이 실패하는 가장 큰 원인은 대세 상승국면에 진입할 경우 지나치게 빨리 매도하는 경향이 많아 전체 수익률이 저조한 경우가 많다. 통상 경기 저점에서 상승신호인 긴축해제와 함께 금리 민감주에 이어 경기 선도주들이 장기 상승하는데 통상 1년 이상 보유해야 큰 수익이 난다. 반면에 조정국면에 진입할 경우 적절한 손절매와 단기 매매를 통해 현금비중을 일정수준 유지해야 수익률을 보전할 수 있다. 무릇 주식시장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모두 수익을 취하려 하지만 투자수익을 올리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이유는 투자와 투기를 구분하지 않는 자세와 일확천금을 노리는 과욕이 그 원인이다. 마음을 비우고 주도산업과 주도종목을 고르고 장기투자에 나서고 기업 내재가치와 실적, 주주중시 경영자 마인드를 고려한 투자를 한다면 그 사람의 투자방식은 신록의 계절이다.

계절은 분명 씨뿌리고 꽃피는 봄 가운데 신록의 계절이지만 국내 증시만은 장기투자자들을 찾아보기 어렵고 유일한 장기투자자인 외국인 눈치만 살피면서 엄동설한을 헤매고 있다. 주식시장에서도 봄을 알리는 전령을 맞고 싶다. 그 전령은 다름아닌 장기투자의 제도적 정착일 것이다.

부국증권 리서치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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