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금리인상 국내 충격 크지 않을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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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더라도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미국의 성장 둔화로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이 감소해 무역수지 흑자폭이 줄어드는 등 실물경제에 나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15일 한국은행과 금융계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16일(현지시간) 공개시장위원회 회의에서 연방기금 금리를 0.25∼0.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미국이 금리를 0.25%포인트가 아닌 0.5%포인트까지 올리더라도 이미 시장에 반영돼 큰 충격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은은 또 미국 금리인상과 연계해 국내 금리를 올리지는 않을 방침이다.

강형문 한은 정책기획국장은 "외환위기 직후에는 외환보유액이 적어 미 금리에 큰 신경을 써야했지만 지금은 외환보유액이 충분해 그럴 필요가 없다" 며 "자산, 금융시장 동향 등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의 실물경제상황을 보아가며 금리정책을 펴나갈 것" 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지표상 경제성장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고 하반기에는 물가상승 압력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 미리 물가를 잡기위해 한은이 선제적 조치로 금리인상을 단행할 가능성도 있다.

외환은행의 신금덕 동향분석실장도 "미국의 금리인상은 여러차례 예상돼왔고 이를 통해 미 주식시장과 국내 주식시장이 조정을 받아왔기 때문에 0.5%포인트 인상하더라도 국내 금융시장에 대한 충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 실장은 그렇지만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미 경제가 둔화되고 우리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실물경제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 실장은 또 하반기에는 우리나라도 물가압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돼 6월정도에는 한은이 금리를 올려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공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 금리인상이 직접적으로 우리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겠지만 금융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미 금리인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최 연구위원은 금융부문이 취약한 상황에서 미 금리인상은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금융 구조조정을 최우선과제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모건 스탠리는 최근 '한국경제분석'보고서에서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미국 경기둔화 가능성, 미 주가조정에 따른 한국의 주가하락 영향, 한국 수출의 예상외 둔화 등으로 경기가 과열될 가능성은 크게 낮아졌다고 주장했다.

모건 스탠리는 그러나 미 경제가 둔화될 경우 한국은 경기과열을 피할 수는 있겠지만 기업들은 수익실현을 통한 부채상환이 어렵게 돼 원가절감 및 자산매각 등 구조조정을 재개해야 하는 한편 은행은 자산의 건전성이 악화될 것이며 정부도 정책의 선택 여지가 크게 제약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임선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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