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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회 와인 컨슈머 리포트] 3만~4만원대 프랑스 보르도산 레드 와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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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두르트 배럴 셀렉트 생테밀리옹(Dourthe Barrel Select Saint Emilion) 2007’이 국내에서 판매되는 3만~4만9900원대 프랑스 보르도산 레드 와인 중 최고로 꼽혔다. 2위는 ‘비앤지 골드 라벨 보르도 레드(B&G Gold Label Bordeaux Red) 2009’가 차지했으며, 3~5위는 각각 ‘프리미우스 보르도 루주(Premius Bordeaux Rouge) 2008’ ‘두르트 배럴 셀렉트 메독(Dourthe Barrel Select Medoc) 2006’ ‘샤토 드 세겡 퀴베 프레스티지(Chateau de Seguin Cuvee Prestige) 2008’에 돌아갔다. 와인 소매 전문업체 와인나라와 중앙일보가 실시한 ‘제10회 와인 컨슈머 리포트’ 시음회의 결과다. 평가 대상인 3만~4만9900원대 와인은 프랑스 가정에서 손님이 왔을 때 내놓는 중·고급 와인이다. 국내에서 식사를 겸한 비즈니스 미팅을 할 때 적절한 와인이기도 하다. 이번 시음회에서는 손진호 중앙대 와인전문과정 주임교수 등 와인 전문가 21명과 일반인 애호가 13명이 77종 와인의 맛과 향, 그리고 빛깔을 종합 비교했다.

권혁주 기자

프랑스 보르도는 레드 와인의 고향이라 할 만한 고장이다.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등 널리 퍼진 레드 와인용 포도의 원산지가 보르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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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르도의 이름은 일찌감치 12세기부터 외부에 알려졌다. 당시 보르도 일대를 통치하던 아키텐 공국의 엘레아노르 공주가 정복왕 윌리엄의 증손자인 앙리 플랑타주네와 결혼한 게 계기였다. 결혼한 지 2년 뒤 플랑타주네가 영국 왕(헨리 2세)에 즉위하면서 보르도 와인이 대거 영국에 수출됐다. 자연히 보르도 와인의 이름이 구세계인 유럽에 퍼지게 됐다. 또 판매가 늘면서 보르도에는 대형 와인 생산자들이 생겼다.

 흔히 보르도 와인이라면 치과에서 잇몸을 마른 거즈로 쓱 닦았을 때와 비슷한, 텁텁한 느낌과 맛을 연상하게 된다. 소믈리에들이 ‘무겁다’ 또는 ‘풀 보디(full body)’라고 표현하는 맛이다. 종전에 와인에 익숙지 않은 소비자들이 보르도 와인을 쉽사리 대하지 못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의 보르도 와인은 다르다. 맛이 훨씬 가볍다. 특히 대중형 와인일수록 그렇다. 글로벌 소비자의 입맛에 맞춰 보르도 와인이 변신한 것이다. 무거운 느낌을 주는 카베르네 소비뇽 품종으로만 포도주를 만들지 않고 가벼운 메를로를 많이 섞는 식으로 묵직함을 덜어냈다.

 ‘제10회 와인 컨슈머 리포트’에서 최상위에 오른 포도주들도 마찬가지였다. 1위를 차지한 ‘두르트 배럴 셀렉트 생테밀리옹’은 카베르네 소비뇽 70%에 메를로 30%를 섞어 만든 와인이다. 제조사인 시비비지-두르트(CVBG-Dourthe)는 세계 80개국에 와인을 수출한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전통과 달리 맛을 약간 개조했다. 평가에 참여한 이세용 와인 칼럼니스트는 “부드러운 타닌을 지닌 미디엄 보디 와인”이라고 평했다.

 2위인 ‘비앤지 골드 라벨 보르도 레드 2009’는 좀 더 부드럽다. 가벼운 맛의 메를로가 60%이고, 카베르네 소비뇽이 40%다. 보르도 최대 와인 수출업체 바르통 에 게스티에(Barton & Guestier)의 제품이다. 단맛이 다른 와인보다 좀 더 느껴진다는 게 평가단의 공통적 견해다.

 3위 ‘프리미우스 보르도 루주 2008’은 메를로 60%와 카베르네 소비뇽 35%, 그리고 카베르네 프랑 5%를 섞어 만든다. 세계에서 여덟째로 큰 와인 사업자인 스페인 프레시넷이 생산한다. 4위 ‘두르트 배럴 셀렉트 메독 2006’과 5위 ‘샤토 드 세겡 퀴베 프레스티지 2008’은 모두 “잔잔한 향이 입안에 오래 감돌며, 웬만한 음식과 다 잘 어울릴 것 같은 무난한 와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평가에서는 특별히 ‘한우 차돌박이 구이와 잘 어울릴 것 같은 와인’도 꼽도록 했다. 가을에 나들이를 가 고기를 구워 먹는 소비자가 많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1, 2위는 종합 평가 결과와 같았다. 3위와 4위엔 전체 평가 10위 안에 들지 못했던 ‘사가 알 보르도 루주(Saga R Bordeaux Rouge) 2008’과 ‘샤토 물랭 드 카시(Chateau Moulin De Cassy) 2006’이 뽑혔다. 와인나라 아카데미의 조미경 소믈리에는 “전문가들이 차돌박이와 어울리는 와인으로는 비교적 가벼운 맛의 와인을 주로 골랐다”고 분석했다. 그는 “기름기가 많은 삼겹살을 먹을 때는 신맛이 많이 나는 레드 와인이 적당하다”고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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