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T-2000 사업자선정,주파수경매제 채택가능성 대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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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이동통신(IMT-2000) 사업자 선정방식과 관련, 정부가 지금까지 기정사실화되어온 사업계획서 심사평가 방식 대신 선진국에서 도입하고 있는 ''주파수 경매제도'' 방식을 추진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국회 가상정보가치연구회(대표간사 이상희)가 12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개최한 IMT-2000 정책토론회에서 정보통신부 산하 연구기관인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윤창번 원장은 "정부가 공적자금 확보차원에서 주파수 경매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원장의 이같은 발언은 정통부가 다음달 말까지 결정하기로 한 IMT-2000사업자선정기준의 핵심내용이 될 선정방법에 있어 지난 96년 PCS 사업자 선정때 채택했던 사업계획서 심사평가 대신 주파수 경매제도 방식을 채택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윤 원장은 이날 사업자 선정방식에 대해 주파수 경매방식은 이미 도입하지 않기로 결론이 난 문제가 아니냐는 신윤식 하나로통신 사장의 질의에 대해 이같이 답변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정보통신부가 도입하려다 통신사업자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딛혀 법개정이 국회에서 무산됐던 주파수 경매제도의 도입을 둘러싸고 정부와 업계의 논란이 예상된다.

이날 정책토론회에서 대부분 이동통신 사업자들은 영국에서 도입한 주파수 경매제도가 과다한 출연금 제시로 많은 문제점이 있으며 결국에는 소비자들에게 요금부담으로 전가될 것이라며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주파수 경매방식은 출연금 액수를 높게 제시한 업체에게 주파수를 배정, 사업권을 부여하는 것으로 사업자 선정시 야기될 수 있는 투명성 문제와 특혜시비를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자금력이 풍부한 재벌과 외국기업, 비통신기업들이 사업권을 독점할 가능성이 높으며 과다한 출연금으로 사업추진에 차질을 빚거나 사업자의 재정적인 부담이 소비자들에게 전가된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미국에서는 주파수 경매제가 시행되고 있고 유럽의 경우 현재 영국, 독일, 네델란드, 오스트리아 등이 도입하고 있으며 스위스, 벨기에 등도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 업계 관계자들은 논란이 되고 있는 IMT-2000 표준방식에 대해 특정방식을 정부가 지정하는 것보다는 동기 및 비동기방식을 모두 인정하고 사업자가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해 기술방식을 선택하도록 하자고 제의했다.

사업자수에 대해 기존 이동통신 업체들은 기술력뿐만 아니라 사업 수행능력을 고려해야 한다며 3개사가 적합하다는 종전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에 비해 신규참여를 노리는 한국IMT-2000 컨소시엄측은 "최소한 1개 이상의 신규사업자를 참여시키는 것이 국가경쟁력을 확보하고 다른 나라와의 시장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데 유리하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사업시행 시기에 대해서는 기존 이통업체들은 아직 수익성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서둘러 IMT-2000 상용화를 시행하는 것보다 어느 정도 기술적 뒷받침과 수요예측이 이뤄진 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신규로 참여를 희망하는 측에서는 가능한 한 빨리 사업자를 선정해 상용화에 나서지 않으면 급속히 발전하는 IMT-2000 관련기술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잘못하면 선진기술 도입에 로열티만 지불하게 될 것이라고 반박, 업체간 첨예한 이해대립을 드러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관계자는 국가의 산업경쟁력과 로열티지불, 협상문제등을 고려해 기술방식과 사업자를 선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통부 석호익 정보통신지원국장은 "사업자수와 선정방식, 표준방식 등3개 쟁점에 대해서는 정부에서 아직 결정된 사항이 전혀 없다"고 종전 입장을 강조하고 "정부차원에서 공청회를 개최해 국가이익 제고와 국민편익 증진을 고려해 투명하고 공정하게 6월말까지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상희 의원은 "정보화사회에서 정책결정은 여론보다는 미래를 투시하는 의견이 존중돼야 하며 특히 국가와 기업의 미래를 함께 열어가는 선상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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