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대투 부실규모 5조5,000억원으로 확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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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의 실사 결과 지난 3월말 현재 한국.대한투자신탁 등 양대 투신사의 부실규모가 모두 5조5천억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이에 따라 한투.대투 양사에 각각 3조원.1조9천억원의 공적자금을 다음달부터 오는 9월까지 단계적으로 투입키로 했다.

정부지원으로도 부족한 6천억원은 두 투신사가 ▶전직원 연봉제 실시▶사옥.연수원 등 자산매각▶점포정리 및 해외 현지법인 처분 등 자구노력을 통해 마련하도록 했다.

이에 앞서 정부는 공적자금 투입이 가능하도록 두 투신사를 6월 중 증권사로 전환하되, 자금투입이 이뤄지는 시점에서 투신운용사를 따로 떼내 증권사와 분리키로 했다.

이와 함께 두 투신사의 부실원인을 철저히 규명해 이달 말까지 부실책임이 있는 전.현 경영진에 대해 감봉.견책은 물론 검찰수사 의뢰 등 민.형사상 책임을 묻기로 했다.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는 12일 금융정책협의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투신 경영정상화 계획을 확정, 발표했다.

◇ 눈덩이처럼 불어난 부실〓지난해 말 한투.대투에 3조원의 '공공자금' 을 지원하면서 당시 정부는 두 투신사의 기존 부실을 1조7천억원, 대우 손실을 1조3천억원 정도로 추산했다.

이 돈만 메워주면 경영정상화가 가능하다고 낙관했다.

그러나 실사 결과 3월말 현재 대우 관련 손실만 정부 예상의 3배 가까운 3조4천억원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예상보다 대우채를 환매해간 투자가가 많았고, 대우 콜자금 회수율도 기대치를 밑돌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지만, 그보다는 투신부실의 '실체' 공개를 꺼려서였다는 지적이 많다.

대우 요인 외에 법정관리나 워크아웃 등으로 인한 손실규모도 2조5천억원에 달했으며, 러시아펀드 등에 잘못 투자해 날린 돈 등 9천억원의 추가 손실이 드러난 조사 결과가 이런 지적을 뒷받침한다.

◇ 자금조달 가능한가〓이헌재(李憲宰)재경부 장관은 공적자금을 추가로 조성하지 않고 기존 자금을 최대한 회전시켜 사용하겠다는 기존방침을 재확인했다.

예금보험공사의 회수자금.자산관리공사 차입금.자산담보부증권(ABS)발행 등으로 두 투신사 지원자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예보공사가 돈을 빌리려면 시행령을 바꿔야 하는데다 증권발행은 시장금리를 자극할 우려도 있어 막상 자금을 부작용 없이 조달할 방법이 없다는 게 정부의 고민이다.

◇ 남은 과제〓정부의 처리방침 지연으로 두 투신사의 인력유출과 영업망 부실화 등이 이미 진행 중이다.

때문에 추가 인력.조직이탈을 막으려면 증권사 전환후 합병이나 해외매각 등 앞으로 처리방침과 영업전략 등이 신속히 마련, 공표돼야 한다.

또 경부고속철도 총사업비의 절반 가까이 되는 8조원의 공적자금이 들어간 만큼 재발방지를 위한 책임자 문책이 두 투신사는 물론 관련 공직자들까지 포함해 강도높게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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