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기업 '임직원간 말문 트기' 진땀

중앙일보

입력

주한 외국기업들이 호소하는 주요 애로사항 가운데 하나가 외국인 경영진과 한국인 임직원간에 말이 잘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의사소통은 업무 효율은 물론, 임직원의 사기와 회사 분위기까지 좌우할 만큼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

대다수 외국회사들은 영어를 각종회의.업무보고 때의 '공식 언어' 로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외국기업들이 외국인.한국인 임직원 사이에 의사 소통이 원활하지 못해 빚어지는 정서적 갈등과 경제적 손실로 인해 고민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초 뉴브리지캐피털에 합병된 제일은행에선 지난달 회사측의 '임직원 영어 사용' 정책에 노조가 반발해 항의 성명을 내기도 했다.

이에 따라 요즘 외국회사들은 각종 아이디어를 동원해 직원들의 언어 교육에 전력을 쏟고 있다.

지난 1월 외국계 기업이 합병한 엘리베이터 메이커 LG오티스는 '영어 성과급' 이란 제도를 최근 도입했다.

오는 6.7월 토익(TOIEC)시험을 치뤄 성적이 7백30점 이상(2등급)인 직원들에게는 어학 성과급 명목의 지원금 5만원을 매달 주기로 한 것.

이 회사 관계자는 "최근 사내 설문조사 결과 직원들의 가장 큰 스트레스가 영어라는 결과가 나와 이 제도를 시행키로 했다" 고 설명했다.

볼보건설기계코리아는 직원들에 대한 영어 교육과는 별개로 외국인 임원들이 서울 본사와 창원 공장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클래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외국인 임원들은 지난 1월부터 매주 이틀간 1시간30분씩 한국어 교육을 받고 있다.

볼보 관계자는 "아직 인사말 수준의 기초적인 의사를 표현하는 단계지만 외국인 임원들이 한국어를 배울 정도로 직원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보인다는 점이 회사 분위기를 밝게 만들고 있다" 고 말했다.

제일생명을 인수한 알리안츠는 아예 부서마다 통역사 및 번역사를 배치해 의사 소통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또 한국계 임원들에겐 근무 시간 동안에도 영어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

텍사스인스트루먼트 코리아는 회사 서버를 통해 미국의 케이블 뉴스방송인 CNN을 생중계하고 매달 CNN 듣기 평가를 실시해 최고 득점자에게 상품도 지급한다.

지난해 영국계 할인점인 테스코와 합작한 삼성테스코는 매주 토요일을 '영어 사용의 날' 로 정해 임직원의 영어 사용을 독려하고 있다.

이밖에 지난 1998년 벨기에의 인터브루사와 합작한 OB맥주도 영어 초.중.고급반을 개설, 일과 후에 1시간씩 미국인 강사를 초빙해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영어 교육을 받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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