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영화제 찾은〈N파일-진싱 스토리〉주인공,진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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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부산 출신 어머니와 함흥 출신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조선의 딸입니다. "

제1회 전주 국제영화제에 참석한 중국 최고의 현대 무용가 진싱(金星.33)은 능숙한 우리 말로 자신을 소개해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 그는 전북대 삼성문화회관에서 지난 4일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담은 영화 〈N파일-진싱 스토리〉를 상영했다. 그는 공연 후 무대 위에 올라 1천여명의 관객들로부터 "당차고 아름다운 여성" 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진싱은 '대륙의 마사 그레이엄' 으로 불리는 중국 현대무용의 선구자. 어릴 때부터 춤.노래에 뛰어난 재능을 보여 9세 때 '해방군 예술단' 에 발탁됐다.1985, 86년 연속 중국 최고의 무용수로 뽑혔다. 당시 "조선족이라는 말은 입도 벙긋하지 말라" 는 주변의 충고에도 불구하고 당당히 조선족임을 밝혀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87년 중국의 해외 문화교류 프로그램 제1호로 뽑혀 미국,유럽에 가 배웠고, 중국에 현대무용을 보급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94년 첫 사립무용단인 베이징 무용단을 창립했으며 현재는 진싱무용단을 만들어 단장 겸 예술감독으로 활동 중이다.

성전환 수술을 한 드라마 같은 인생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본래 남자의 모습으로 태어났지만 6세 때부터 '나는 여자' 라고 생각했어요. 어느날 천둥이 내려치듯이 저절로 여성으로 변신할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여성이라는 자의식과 생물학적인 남성 모습 사이에서 갈등과 고민을 거듭했다. 마침내 95년 "자신에게 정직해지자" 며 5개월에 걸쳐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

그때의 수술 장면과 심경 고백 등을 중국인 친구인 장위안(張元)감독이 필름에 담아 이번 영화제에 특별 초청작으로 출품한 것이다.

"내 안에는 여성과 남성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었는데 나는 여성을 선택했지요. 수술 후 의식이 깨어나면서 '지금까지는 가면의 삶을 살아왔고, 이제야 비로소 진정한 자유를 찾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순기자연(順其自然-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살라)'이 자신의 인생관이라고 했다.

진싱은 "앞으로는 무용가만이 아니라 배우,오페라 가수 등으로도 활동하면서 예술같은 인생을 살고 싶다" 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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