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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조원 11명으로 위장하려 11명만 자살시켜”

중앙일보

입력

1996년 강릉시 해안으로 침투하다 좌초된 북한 잠수함의 생존자 이광수씨(오른쪽)가 14일 육군 제23보병사단 장병들에게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15년 전인 1996년 9월 18일 새벽 강원도 강릉시 강동면 안인진리 해안으로 26명의 무장공비를 태운 북한 잠수정이 침투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같은 해 11월 5일까지 연인원 150만 명이 투입돼 침투 공비 25명을 소탕(13명 사살)했다. 우리 측의 피해도 적지 않았다. 아군 7명과 민간인 4명이 숨지고 2000억원이 넘는 경제적 손실을 봤다. 현재 침투현장에는 통일안보공원이 조성돼 당시 무장공비들이 타고 온 잠수정이 전시돼 있다.

 당시 침투공비로 군에 생포돼 전향한 이광수(48)씨가 14일 동해안 경계를 담당하는 육군23사단 안보 교육과 전술 토의에 참여했다. 이씨가 여러 사람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씨는 중대장급 이상 간부를 대상으로 안보 교육을 한 뒤 북한군의 침투전술과 군사적 위협에 대해 강의했다. 당시 침투현장이었던 통일안보공원을 답사하고 북한군의 도주로였던 청학산 일대에서 전술토의까지 했다.

 베이지색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알이 큰 선글라스를 낀 채 15년 전 자신이 타고 왔던 잠수정이 전시된 현장에 선 이씨는 군 초소, 도로변 가드레일, 모텔, 등대, 비트 확보 및 접선 장소 등 당시의 지형지물까지 일일이 거론하며 침투 당시를 생생하게 증언했다. 이씨는 “북에서 훈련을 받은 곳과 이곳의 차이는 도로에 차가 많이 다니고 불이 환한 것만 빼고는 똑같았다”며 “군 초소가 있지만, 근무를 서지 않는 것까지 알았다”고 증언했다. 그는 또 “대부분 잠수정이 후진하다 암초에 걸린 것으로 알고 있으나 사실은 앞으로 들어 왔으나 파도가 너무 쳐서 옆으로 밀리면서 암초에 걸렸고 프로펠러가 망가지면서 좌초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잠수함 내부를 불태우고 11명만 자살한 것은 탑승 승조원이 11명뿐인 것으로 위장하려던 치밀한 계획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씨와 사단 장병들은 당시 무장공비 시신 11구가 발견되고 이씨가 생포되기 전 마지막 도주 장소였던 청학산을 찾았다. 이씨는 “북한은 변함없는 야욕을 갖고 있는데 우리는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아 아쉽다” 고 말했다. 23사단은 오는 20일부터 이틀간 당시 작전 상황을 재연하는 ‘리멤버 9·18 대침투종합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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