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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비·무산쇠족제비·한계령풀 … 백두대간서 멸종위기 14종 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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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설악산을 비롯한 강원도 지역의 백두대간이 다양한 야생 동식물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寶庫)이자 북방계 식물의 피난처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립환경과학원은 14일 2010년 백두대간 보호지역 생태계 조사에서 총 1369종의 다양한 동식물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강원도 인제군 향로봉에서 강릉시 진고개 사이 119㎞ 구간 745㎢에서 진행됐다. 이 지역에는 설악산국립공원도 포함돼 있다.


 이번에 발견된 야생 동식물 중에는 환경부가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한 14종도 들어 있다. 설악 1권역(향로봉∼대간령(大間嶺), 점봉산∼조침령)에서 구렁이·매·한계령풀·둑중개 등이, 설악 2권역(조침령∼진고개)에서는 수달·참매·까막딱따구리 등이 서식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설악산국립공원 내 야생 동물 분포는 국립공원연구소에서 별도로 진행했고 이번 조사 결과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번 조사에서는 한반도에서도 지구온난화 현상이 뚜렷한 가운데 특히 기후변화에 민감한 아(亞)고산대 식물 군락과 북방계 식물도 다양하게 분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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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고산대 식물 군락으로는 대간령~저항령 구간에서 눈잣나무군락과 눈측백군락이 발견됐다. 저항령~한계령 구간에서도 눈잣나무군락과 눈향나무군락, 분비나무군락, 꽃개회나무군락, 털진달래군락 등이 관찰됐다.

 또 북방계 식물로는 월귤·솜다리·만주송이풀·등대시호·금강초롱꽃·바람꽃·땃두릅나무·만병초 등이 자라고 있었다.

 이들 아고산대 식물이나 북방계 식물은 1만여 년 전 빙하기 때 한반도 남쪽까지 서식 범위를 넓혔다가 기후가 따뜻해지면서 고산 지역으로 밀려 올라간 종들이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서식 범위가 점점 줄어들면서 수십 년 내에 남한에서는 완전히 사라질 가능성도 우려되고 있다.

 환경과학원 이호중 박사는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상승하면 이들 아고산대 식물이나 북방계 식물의 서식 조건이 갈수록 악화될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번 정밀조사를 바탕으로 내년부터는 아고산대 식물 등이 서식하는 2~3곳을 정해 지속적으로 기후변화의 영향을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강찬수 환경전문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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