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컴 떼돈덕에 요리사도 신났다

중앙일보

입력

최근 미국에서 요리사들의 인기가 상한가를 치고 있다.

인터넷 사업으로 백만장자가 된 신흥 갑부들이 신분 상승의 한 상징으로 앞다퉈 개인 요리사를 고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현상은 특히 닷컴(. com) 갑부들이 모여 사는 실리콘 밸리 주변에서 두드러진다.

닷컴 갑부들의 연령층이 30대를 넘지 않는 것처럼 이들이 고용하는 주방장들도 30대가 대부분이다.

버클리 지역의 유명한 식당 '셰파니즈' 는 최근 3명의 간판급 주방장들을 신흥 백만장자들에게 빼앗겼다.

주방장 제니퍼 셔먼은 셰파니즈에서는 하루 9시간씩 주 5일을 근무했다.

하지만 백만장자의 집에선 하루 7시간 미만, 주 4일만 일하면 된다.

인터넷 사업을 하는 주인은 출장도 자주 가기 때문에 그때마다 휴가다.
게다가 임금은 식당 주방장의 두 배나 된다.

백만장자들이 고용하는 요리사의 연봉은 5만5천달러에서 13만달러 정도로 알려졌다.

하루 몇끼를 제공하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 주 네번 정도 만찬을 준비한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변호사 자격증을 갓 딴 변호사 초임이 6만~8만달러인 것과 비교하면 파격적인 대우다.
과거 블루칼라 노동자로 인식됐던 미국의 요리사들이 프로운동선수들처럼 몸값을 계산하며 이리저리 옮겨다니는 시대가 온 것이다.

몸값이 치솟으면서 요리사들의 요구사항도 여간 까다롭지 않다.

1년 중 한달 휴가를 요구하거나 해마다 몇 차례씩 해외의 유명 식당을 방문해 요리를 견학하고 시식할 수 있게 해달라는 사람까지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일류 주방장들만 엄선해 소개하는 '주방장 헌터' 라는 인력수급 단체도 탄생했다.

'키친 마에스트로(요리의 거장)' 라는 곳에선 3천명 이상의 요리사 이력서를 확보하고 벤처기업으로 신분 상승을 노리는 고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인터넷 사업의 여파는 이제 그와는 전혀 상관 없을 것 같아 보이는 요리업계까지 강타했다.

요술방망이 같은 인터넷이 다음번엔 또 어떤 조화를 부릴지 지켜볼 일이다.

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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