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부 'MS 쪼개기'조치에 대해 찬·반 격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 연방정부가 독점 판결을 받은 마이크로소프트(MS)사에 대한 시정조치로 회사를 두개로 분할할 것을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 연방법원에 정식 요청했다.

연방정부는 이같은 시정조치가 소비자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MS측은 소비자에게 오히려 피해를 주는 조치라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MS의 분할과 존속 가운데 어느 것이 소비자에게 더 유리한 지를 놓고 미 언론과 경제전문가들 사이에도 의견이 대립돼 있다.

연방정부의 시정조치안은 MS를 윈도 운영체제 부문과 워드프로세서.스프레드시트 등 응용소프트웨어 부문으로 분리하고 이후 10년간 재합병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MS사의 시장지배력이 약화하고 경쟁 시스템이 도입되면 궁극적으로 소비자가 혜택을 본다는 게 연방정부의 논리다.

애플.리눅스 등과의 경쟁으로 운영체제 등 소프트웨어 가격이 전반적으로 하락하게 되면서 소비자들의 요구에 부합하는 다양한 '맞춤형 상품' 이 나오게 된다는 것이다.

미 컴퓨터통신산업연합(CCIA)의 최고경영자인 에드 블랙은 "PC업체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MS사의 패키지 소프트웨어를 장착하던 관행이 사라질 것" 이라며 분할안에 찬성했다.

미 소비자연맹(CFA)은 MS사가 분할되면 PC업체들이 지불하던 소프트웨어 사용료가 45달러선에서 15달러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기술 혁신과 새로운 소프트웨어의 개발이 불가능해져 결국 소비자들만 피해를 보게 된다는 반대론도 만만치 않다.

MS의 빌 게이츠 회장은 "만일 오피스 그룹과 윈도 그룹이 함께 일하지 않았다면 오늘날 윈도가 탄생하지 못했을 것" 이라고 말했다.

미 경쟁기술협회(ACT)는 "MS 분할이 컴퓨터 업계에 큰 재앙이 될 것" 이라며 "윈도의 개선 작업이 어려워지고 소프트웨어.하드웨어업체들의 개발비용 부담이 크게 늘 것" 이라고 우려했다.

투자회사 버크셔 헤더웨이 회장인 워런 버핏은 "20년 전 미국경제가 일본.독일에 밀릴 때 MS와 같은 기업들이 나타나 경제를 이끌어 왔다" 며 "덩치가 커졌다는 이유로 이제와서 회사를 쪼갠다는 정부의 시정조치를 이해할 수 없다" 고 말했다.

이와 함께 MS사가 이미 전세계 소프트웨어 시장의 85%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회사를 분할하는 것만으론 시장지배력을 줄이기 어렵다는 견해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등은 "MS가 지난 10년 동안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경이적인 발전을 이끌어 왔다" 며 "프로그램의 소스코드 공개 등 다른 타협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 고 주장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