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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열차 이동 때 50m 간격 경호원 배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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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김정일(左), 클린턴(右)

“내가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1994년) 북한 영변 핵시설 폭격계획을 저지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한반도는 비핵화됐을 텐데….”

 김영삼 전 대통령이 2008년 알렉산더 버시바우 당시 주한 미국대사를 만나 이같이 털어놓았다는 미 국무부 외교전문이 폭로 전문 웹사이트인 위키리크스를 통해 공개됐다. 94년 1차 북핵 위기 때 미국의 북한 폭격계획을 김 전 대통령이 막았다는 것은 알려져 있지만 본인이 이를 후회하고 있다는 건 처음 공개된 사실이다.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 외교전문 25만1287건 가운데는 이 같은 북한 관련 문건이 수천 건 포함돼 있다. 북한에 대한 사소한 정보도 놓치지 않고 수집하는 미국의 집요함이 엿보인다.

 주한 미국대사관이 2009년 2월 10일 국무부에 보고한 전문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철통같은 경호를 기술하고 있다. 김정일이 특별열차로 지방을 순회하거나 중국·러시아를 방문할 때 열차가 이동하는 선로에는 50m 간격으로 사복을 입은 비밀요원이 배치된다. 조금이라도 이상한 징후가 나타나면 선로에 설치된 비상벨을 울린다. 또 열차 이동 경로 주변 마을에는 사복경찰이 대거 투입돼 철저한 검문이 실시된다. 이 전문은 김 위원장의 열차 여행 때마다 경호를 맡았던 북한 보위부 출신 간부와의 면담을 토대로 작성됐다.

 미국이 대량살상무기(WMD)를 포함한 무기류를 수출입하려는 북한의 시도를 최근 몇 년간 여러 차례 미리 파악해 차단한 사실도 드러났다. 미 국무부가 주러시아 미국대사관에 2009년 7월 24일 보낸 전문에 나오는 내용이다. 국무부는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군용 트럭인 MAZ-543과 ZIL-131을 구입해 예멘으로 보내려 한다는 정보를 입수했다면서 이를 러시아 당국이 막아 줄 것을 요청하라고 지시했다.

 미국 정부가 유엔 당국에 유엔 산하기구가 북한 정권과 외화를 거래한 의혹이 있다며 항의했던 것도 밝혀졌다. 2006년 8월 8일자 전문에 따르면 당시 유엔 주재 미국대표부는 북한에서 활동 중인 유엔기구들이 북한 측과 달러·유로화로 거래한 정황이 있다며 항의했다. 이에 대해 유엔은 “북한에서 필요한 경우 현물 거래만 했다”고 주장했다.

 국무부는 2009년 3월 30일자로 주러시아 미국대사관에 비밀 전문을 보냈다. 전문은 북한의 대포동 2호 미사일 시험 발사에 앞서 “미 영토에 위협을 줄 경우에 대비해 미국이 탄도미사일방어시스템(BMD) 가동 준비를 할 것”이라며 “미국의 요격미사일이 발사되더라도 러시아 정부가 이를 오해하지 말아 달라”는 입장을 러시아 측에 전달하라고 지시했다.

이에스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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