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미국 부동산재벌 로스 페로 가문

중앙일보

입력

미국 대통령 선거에 나섰던 억만장자 로스 페로 가문이 한국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첨단지식 정보산업도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미디어밸리는 최근 페로의 아들 로스 페로 2세가 운영하는 미국의 부동산 개발 전문회사 힐우드와 공동사업을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시장개방론자로 꼽혔던 김기환(金基桓)전 상공부 차관이 회장으로 있는 ㈜미디어밸리는 삼보컴퓨터.한국종합기술금융.한빛은행 등 국내외 52개사가 1백66억원을 공동출자해 만든 회사.

이 회사는 2006년까지 57만평 규모의 인천 송도 매립지에 첨단 지식정보단지를 조성하는 '미디어밸리' 사업을 주관하고 있으며, 2010년까지 서울 상암동에 건설되는 복합정보단지 '밀레니엄 시티' 사업 참여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페로는 컴퓨터 시스템회사 EDS를 설립, 수십억달러대의 재산을 모은 재력가.

1992년 공화.민주 양당정치에 대한 불만을 대표하며 개혁당을 창당, 대선에 나서 19%를 득표하며 화제를 모았던 인물이다.

그의 아들도 아버지의 재력을 바탕으로 90년 힐우드를 설립, 미국내 25개 지역에서 공항.자동차 경기장.호텔 등 대규모 부동산 개발사업을 벌이고 있다.

힐우드는 현재 미국 댈러스시에 1천2백만평 규모의 대규모 산업단지 개발사업인 얼라이언스 프로젝트 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필리핀 클라크 공군기지 재개발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미디어밸리측에 공동사업 추진을 제의해 온 힐우드는 지난달 로스 페로 2세가 "기업끼리는 서로 얼굴을 알고 믿음을 가져야 한다" 며 金회장을 홍콩으로 초청해 직접 만난 뒤 서로 손잡고 일하기로 합의했다.

金회장은 "힐우드가 우리를 미국에 초청해 전용 헬기까지 내주는 호의를 베풀며 자신들이 추진 중인 부동산 개발 사업지를 보여줄 정도로 사업 추진에 적극적이었다" 고 말했다.

힐우드측은 최근 자신들에게 3분의1의 지?약 50억원)을 할애해줄 경우 ▶미디어밸리 사업 등의 자금조달▶입주기업 유치 등 마케팅 전담▶단지 조성 공사의 관리와 감리를 맡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고 미디어밸리측은 설명했다.

이와 함께 26일 니컬러스 킹 아시아담당 부사장이 내한해 구체적인 제휴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다.

힐우드측은 지난해 말 아시아 진출을 위해 공항 주변 개발사업을 찾던 중 인천국제공항 인근의 미디어밸리 사업에 주목하고 먼저 사업참여를 제의해 왔다는 것이다.

金회장은 "앞으로 부동산 개발에 노하우가 많은 로스 페로 2세와 손잡는데 이어 미국의 메이저 정보통신업체인 델컴퓨터와도 상반기 중에 제휴를 해 송도와 상암동프로젝트를 적극 추진, 이를 '동양의 실리콘 밸리' 로 만들어나갈 계획" 이라고 밝혔다.

인천 송도 미디어밸리 사업은 현재 인천시의 지분참여 비율을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어 사업추진이 주춤한 상태이지만 힐우드의 참여가 본격화할 경우 양상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관계자도 "밀레니엄시티사업은 9월까지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내년까지 심사를 거쳐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 이라며 "미디어밸리와 힐우드가 공동참여할 경우 유력한 후보가 될 수 있다" 고 밝혔다.

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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