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계열사 주식 큰 폭으로 떨어져

중앙일보

입력

현대전자가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지는 등 26일 현대그룹 계열사 주식들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정부가 25일 밝힌 투신구조조정 방안을 분석해 보면 현대투신의 부실은 대주주들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최대 주주인 현대전자(지분율 35.56%)와 다른 계열사 주식을 무더기로 쏟아냈기 때문이다.

또 전날 나온 투신사 대책이 수익증권 환매를 부채질할 수 있다고 우려한 투신사들이 주식을 대량으로 팔아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23.97포인트(-3.25%)나 하락한 713.23으로 밀렸다.

코스닥 시장도 전날 나스닥시장이 급등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수가 3.55포인트(-2.09%) 하락한 166.20으로 장을 마감했다.

◇ 현대그룹 주가 폭락〓이날 주식시장은 외국인들의 현대전자 팔자로 시작됐다.

전날 발표된 정부의 '투신구조조정 방안' 이 현대투신의 최대주주인 현대전자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본 외국인들이 현대전자를 매물로 내놓은 것이다.

외국인들의 이같은 움직임 배경에는 크레디리요네증권 서울지점 보고서가 큰 몫을 했다.

이 보고서를 만든 서울지점 우영무 부장은 "정부대책이 현대투신에 대한 공적자금 지원은 없다고 밝힌 만큼 현대투신의 대주주들이 증자부담을 안을 가능성이 있다" 며 "영업활동이 순조로운 상태이기 때문에 현대전자 주가가 앞으로 더 큰 폭으로 떨어지지는 않겠지만 현대투신 부실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오르기 힘들 것" 이라고 말했다.

결국 외국인 매도로 시작된 현대전자 주가하락은 개인과 국내 기관들의 매도세로 이어졌다.

이 여파는 다시 현대그룹 전체로 번졌다.

이날 외국인은 현대전자를 4백42억원어치 순매도했으며 국내 기관들의 순매도는 1천5백93억원에 달했다.

이날 현대그룹 주식 24개 중 오른 종목은 대한알미늄 1개 뿐이고 현대전자.현대증권.현대자동차.현대상선 등 주요 계열사들의 주가는 하한가까지 떨어졌다.

신영투신의 지영걸 팀장은 "현대전자의 경우 이날 워낙 크게 밀렸기 때문에 당분간 주가를 회복하기 어려울 것" 이라며 "현대그룹의 주가 하락은 복합적인 요인에 따른 것으로 당분간 추세를 지켜봐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이날 주가하락을 촉발한 것은 정부의 투신구조조정 방안과 이어 나온 외국증권사의 보고서 때문" 이라며 "유동성이나 기업가치가 급변해 주가가 떨어진 것이 아닌 만큼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다" 고 말했다.

◇ 다른 그룹 주가도 약세〓현대그룹 주가의 폭락 속에서도 상승세를 보였던 삼성전자마저 장 마감 무렵 하락세로 돌아서는 등 대부분의 대기업 주가가 약세를 보였다.

삼성전자가 2천원 하락했고 데이콤(-5천5백원).LG정보(-7천원).SK(-1천5백50원)등도 하락했다.

전날 정부의 투신구조조정 방안이 오히려 수익증권 환매를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서 기관들이 주식을 내다 팔았기 때문이다.

이날 외국인들이 순매수(4백11억원)를 기록했는데도 국내 기관들이 2천8백64억원어치를 순매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대증권 투자전략팀 오성진 과장은 "현대투신 문제는 투신권 전체의 문제" 라고 전제하고 "전반적으로 증권.금융주들이 약세를 보였고 특히 투신사의 계열사 주식편입비율 축소로 그룹사를 끼고 있는 투신사들의 매물출회가 당분간 이어질 것" 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이날 문제가 됐던 현대투신은 오후 2시 현재 수익증권 환매물량이 1백30억원 내외로 평일과 별 차이가 없었다.

송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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