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업계 "삼성차 헐값 매각 불가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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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자동차업계는 25일 프랑스 르노의 삼성자동차 인수가 확정된데 대해 "헐값 매각 논란의 소지가 있으나 르노 이외에는 대안이 없었기 때문에 이번 매각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현대, 대우, 기아자동차는 25일 르노의 삼성차 인수가 확정된데 대해 "자동차산업의 발전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면서 헐값 해외매각 논란에 대해서는 "언급할 입장이 아니다"라면서 공식 반응을 밝히기를 삼갔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들은 "르노 입장에서는 1억달러만을 현금으로 내고 나머지는 부채로 안거나 장기 분할 상환키로 함에 따라 큰 부담없이 좋은 공장을 인수하게 됐다"면서 "이는 바꿔 말하면 채권단이 헐값에 팔았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다만 삼성차가 고철로 버려질 가능성까지 있었던 회사이며 일본 닛산의 대주주인 르노 외에는 닛산 기술이 바탕이 된 삼성차 부산공장을 가져갈 회사가 없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면서 헐값 매각 불가피론을 폈다.

르노의 한국시장 상륙이 몰고올 판도 변화 및 국내 자동차산업 기반 붕괴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대우자동차까지 해외에 매각되면 한국 자동차시장의 주인이 외국업체로 바뀔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바람앞의 등불 상태인 한국 자동차산업을 살릴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산업육성을 책임진 산업자원부 장관은 통상마찰을 줄인다는 명목으로 자신이 수입차를 사서 타는 것에 앞서 한국 자동차 산업을 어떻게 살릴지를 우선 걱정해야 할 시점"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민주노총, 현대.대우.기아차 노조는 정부가 졸속으로 삼성차를 해외에 매각한 것은 국내 산업 기반을 붕괴시키는 악영향을 몰고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대차 노조는 "아직 기반이 튼튼하지 못한 자동차산업이 초국적 자본에 의해 잠식 당하고 부품협력업체들은 막대한 피해를 볼 것"이라며 "국가기간산업을 졸속 매각한 정부의 정책은 결국 노동자들에게 고통만 안겨주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수입자동차업체들은 한결같이 르노의 한국시장 상륙이 외국 자동차에 대한 한국민의 인식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환영했다.

GM이나 포드 등 대우차 입찰에 참여중인 회사들은 대우자동차의 해외매각 반대론이 주춤해질 가능성을 점쳤다.

한편 삼성자동차 부산공장에 수 조원을 투입했던 삼성은 헐값 매각 논란에 대해"매각협상 주체는 채권단인 만큼 삼성에서 뭐라고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서울=연합뉴스) 박운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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