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일일극 '당신 때문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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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 막내린 MBC 일일극 '날마다 행복해' 는 평균 시청률이 30%에 육박, 방송사를 행복하게 했지만 시청자들을 그렇게 만들지는 못했다.

주인공 여성의 전근대적 시집살이, 사돈간의 비정상적 갈등 등 리얼리티 떨어지는 '반시대적' 내용을 질질 끌고 간다는 비난을 샀기 때문이다.

그 후속으로 MBC가 24일부터 방송하는 일일극 '당신 때문에' (연출 장근수, 월-금 밤 8시25분)는 어떨까. 건전 일일극 '당신이 그리워질 때' '은실이' 등을 써온 이금림씨가 각본을 맡았고 '호화배역진이 연기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구수한 삶' 이란 카피를 달고 있어 일단은 지켜볼 만하다.

1984년 드라마 '물보라' , 90년 '아직은 마흔 아홉' 이후 10년만에 MBC 드라마를 쓰는 이금림씨는 재혼을 꿈꾸는 중년 홀아비와 그를 둘러싼 세 중년 여인들의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웠다.

오지명은 아내와 사별하고 시골에서 나무를 키우며 사는 전직 공무원이다.

아내가 숨지는 순간까지 극진히 간호했던 그가 사별 일년만에 재혼을 선언, 자식들을 놀라게 한다.

그 주위에 여고 동기간인 중년여성 '삼총사' 가 둘러싼다.

허영기 있는 주부(선우용녀), 이혼 뒤 자수성가한 여걸(반효정), 남편을 교통사고로 잃고 10년째 홀로 지내온 과부(김윤경) 등이 그들이다.

드라마는 일단 오지명과 선우용녀를 축으로 돈다.

'순풍산부인과' 에서 부부로 나오는 두 사람은 이 드라마에선 사돈지간으로 등장한다.

선우용녀는 오지명의 아들과 결혼한 딸의 시집살이를 편하게 해주려고 홀아비 사돈 오지명과 친구 김윤경을 맺어주려한다.

여기에 자식세대의 일과 사랑, 삼각관계를 병치시켜 전 가족 시청자의 눈길을 겨냥한다.

'당신 때문에' 는 중장년 주부들의 관심을 끌 인물 구조아래 각종 조미료를 기술적으로 깔고 있고 연기력 탄탄한 중견 탤런트 4명을 앞세워 흥행용 홈드라마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일일극이다.

이 때문에 드라마의 작품성을 결정짓는 것은 결국 작가의 세계관, 글쓰기의 진정성일 것으로 보인다.

그점에서 이금림씨는 기대해 볼 만하다.

가족관계의 미묘한 갈등을 맛깔나게 요리한다는 평을 듣는 이씨는 휴머니티에 대한 각별한 관심으로도 정평이 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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