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KT 회장 “솔로몬왕 앞에 아기 놓고 싸우는 엄마 심정이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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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GHz에 KT나 SK텔레콤이 돈을 쏟는 것이 옳은 것인가 생각했다. 솔로몬 왕 앞에서 애를 놓고 내내 싸우는 심정이었다.”

 이석채(66) KT 회장은 29일 1.8기가헤르츠(㎓) 주파수 경매에 참여 포기를 결정한 직후 서울 광화문 KT사옥 기자실을 찾았다. 주파수 경매를 주관한 방송통신위원회가 공식적으로 낙찰가를 발표하기도 전이었다. 그만큼 아쉬움도 크고 할 말도 많은 듯했다.

 이 회장은 “주파수에 1조원 이상을 쓰게 되면 다른 중요한 일을 할 수 없다는 판단이 들었다”며 1.8㎓ 대역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내 통신 3사 중 어느 한 곳도 4세대(G) LTE의 상징인 150Mbps 속도를 낼 수 없게 된 점이 몹시 아쉽다”고 소회를 밝혔다. 경쟁사에 황금 대역 주파수를 넘겨준 데 대한 아쉬움보다 ‘진정한 LTE’를 구현할 수 없게 된 데 대한 허탈감이 더 커 보였다. 150Mbps의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연속대역으로 40㎒를 확보해야 한다. 이번 경매에서 SK텔레콤이 1.8㎓ 주파수를 가져감으로써 이동통신 3사 모두의 연속대역 폭이 최대 20㎒에 불과하게 됐다는 것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번 경매에 대한 뒷말이 많았다.

 “과열 경쟁에 따른 사회적 논란과 국가적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1.8㎓ 대역에 대한 추가적인 입찰 참여를 중단했다. 주파수 경매는 효율을 고려할 때 문제가 많은 제도인데, 앞으로 정책 담당자들이 검토할 사안이다.”

 -1.8㎓의 적정한 가치를 얼마로 보는가.

 “전문가들은 (이 주파수 연속대역의) 적정가치를 1조5000억원 정도로 본다. 다른 대역에서 이를 구현하려 해도 투자·운영비용을 감안할 때 1조원 이상 든다. 그럼에도 입찰을 포기한 건 이 비용을 KT가 추진 중인 다른 사업에 투자하는 편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절약한 돈을 역사적 과제에 쓰는 것이 최고경영자(CEO)가 할 일이다.”

 -절약한 돈을 어디에 투자할 계획인가.

 “스마트시대에는 클라우딩 컴퓨팅 부문에서 얼마나 우월한 위치를 점하느냐에 따라 통신업체의 지위가 결정된다. 이제 전 국민이 스마트폰을 갖고 유무선으로 연결되는 때가 오는데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과 콘텐트 시장에서도 할 일이 너무나 많다. 이러한 분야를 선점, 육성하기 위해 한발 물러서는 편을 택했다.”

 -1.8㎓ 대신 800메가헤르츠(㎒) 대역을 낙찰받았다.

“9월 말 이미 보유 중인 1.8㎓ 대역에서 2G 서비스를 종료하고 11월 이 대역에서 LTE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모자라면 800㎒와 900㎒를 엮어서 LTE에 사용할 계획이다. 낙찰받은 800㎒의 가치는 고대역 주파수보다 몇 배 높다. 900㎒와 연계하면 네트워크 투자비도 줄어들 것이다.”

 -주파수 대금이 1조원에 육박했다.

 “주파수의 가치가 이처럼 높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국민들도 알게 됐다. 유한한 자원인 주파수를 한계 없이 사용하는 무제한 요금제와 같은 경우 ‘수요 통제’를 통해 효율적인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심재우 기자

◆클라우드 컴퓨팅=각종 데이터나 소프트웨어를 저장해 뒀다 필요할 때마다 꺼내쓸 수 있는 공용 저장공간(클라우드)을 제공하는 기술. 은행에 돈을 맡겼다 원하는 때 꺼내쓰는 것과 같은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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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KT 대표이사회장
[現] 한국경제교육협회 회장
[前] 정보통신부 장관(제2대)

194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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