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입’ 예대마진 … 금리 오르든 내리든 은행들만 신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금리가 오를 땐 신규 취급하는 예금과 대출의 금리 격차(예대차)는 줄고 내릴 땐 벌어진다. 그러나 최근 은행들이 이자 장사에만 열을 올리면서 이런 상식이 뒤집어졌다.

지난해 7월 이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몇 차례 올렸지만 예대차(신규 취급액 기준)가 좁혀지기는커녕 오히려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금리는 ‘껑충’ 올리면서 예금이자는 ‘찔끔’ 올렸다는 얘기다.

최근 금리가 안정 조짐을 보이자 은행들은 또 대출금리를 올리고 있다. 가계부채 축소가 명분이다. 은행들은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대출 축소 요구에 맞춰 대출금리 인상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객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이자비용만 추가로 더 부담하게 됐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금리가 오르든 낮아지든 고객은 예금이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싼 이자로 돈을 빌려 쓰게 돼 손해를 본다는 얘기다.

 29일 금융계에 따르면 농협·신한·우리은행 등은 다음 달부터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에 붙는 가산금리를 0.2%포인트가량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가뜩이나 벌어지고 있는 예대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잔액 기준으로 지난 6월 정기예금과 가계대출의 금리 격차는 1.94%포인트였다. 이는 지난해 6월 1.49%포인트보다 더 벌어진 것이고 2007년 10월 1.98%포인트 이래 최대다. 현대경제연구원 박덕배 연구위원은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낮추려고 노력하면 얼마든지 방법이 있다”며 “가산금리를 인상한 것은 결국 은행 배만 채우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시중은행은 예대차로 인한 이자수입 급증으로 올 상반기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렸다. 그러다 최근 시장금리가 하향 안정세 조짐을 보이자 또 발 빠르게 가산금리를 올리거나 각종 우대금리를 축소하고 있다.

신영증권 임일성 연구위원은 “은행들이 대출금리는 3개월 단위로 조정하면서 정기예금은 1∼2년 위주로 취급한다”며 “이런 구조 때문에 기준금리가 계속 오르면 예대차가 벌어진다”고 분석했다.

 금융감독원 감용규 선임조사역은 “통상 금리가 오를 때는 은행들이 대출 감소를 우려해 가산금리를 깎아주는 등 적극적 마케팅 활동을 펼친다”며 “이런 마케팅 때문에 금리가 오를 땐 예대차(신규 기준)가 줄고 내릴 때는 예대차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었는데 최근엔 이런 움직임과 다르게 움직인다”고 설명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가계 부채를 축소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에 금리 인상에 대한 부담을 덜었다”고 말했다.

윤창희 기자

◆예대마진=금융사가 대출로 받은 이자에서 예금에 지급한 이자를 뺀 부분. 대출금리가 높을수록, 예금금리가 낮을수록 마진이 커져 금융사의 수입이 늘어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