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주파수’ 82R 끝에 SKT 품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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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이 4세대(4G) 이동통신의 ‘황금 주파수’로 불리는 1.8기가헤르츠(㎓) 대역(폭 20㎒)을 차지했다. 이 대역대의 주파수는 또 다른 경매대상 주파수였던 800메가헤르츠(㎒)의 두 배쯤 되는 대역폭인 데다, 유럽 20개 업체와 미국·아시아 5개 업체 등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통신사들이 이미 채택하고 있어 업계의 관심이 뜨거웠다.

 주파수 경매를 주관한 방송통신위원회는 29일 “KT가 1.8㎓ 대역에 입찰하지 않고 800㎒ 대역에 입찰함에 따라 이번 경매가 끝났다”고 밝혔다. KT가 입찰을 포기함에 따라 1.8㎓ 대역은 직전 최고 입찰가인 9950억원을 써낸 SK텔레콤에 돌아갔다. KT는 대신 800㎒ 대역을 최저 경쟁가격인 2610억원에 낙찰받았다.

 이로써 통신시장에서 미래경쟁력을 좌우할 4세대 이동통신용 주파수 확보전 경매는 시작된 지 9일 만에, 경매 횟수로는 83회차 만에 막을 내렸다. 업계 3위인 LG유플러스는 방통위의 ‘업계 간 경쟁 활성화’ 배려 덕에 일찌감치 2.1㎓ 대역(20㎒폭)을 4455억원에 가져갔다.

 1.8㎓ 대역을 SK텔레콤이 가져가긴 했지만 최종 낙찰가는 1조원에 육박했다. 경매 시작가인 4450억원에서 두 배 이상 오른 액수다. 이석채 KT 회장은 “주파수 경매가 과열 경쟁으로 사회적 논란과 국가적 손실을 가져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현시점에서 1.8㎓ 대역에 추가적인 입찰 참여를 중단하기로 했다”며 1조원에 대한 부담감을 우회적으로 밝힐 정도였다. SK텔레콤 관계자도 “이번 경매가 우려스러울 정도로 과열 양상을 보인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에 확보한 주파수는 LTE(long term evolution) 용도로 효과적으로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통신업계에서는 벌써부터 낙찰자는 자금난을 겪는 ‘승자의 저주’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소비자 요금 인상 불가피론도 같은 이유에서 불거지고 있다. 그럼에도 방통위 측은 승자의 저주나 요금인상은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방통위 오남석 전파기획관은 “사업자가 해당 주파수를 가져감으로써 누리는 시장점유율 상승 등을 고려하면, 승자의 저주가 나올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요금 인상 우려에 대해선 “요금은 시장과 경쟁 상황에 따라 바뀌기 때문에 (낙찰가 상승으로 인한 일방적인) 요금 인상도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이수기 기자

◆LTE=현재 사용하는 3세대(G) 이동통신에 비해 무선인터넷 속도가 5~10배 정도 빠른 4G 이동통신 서비스다. LTE를 이용하면 스마트폰에서 영화 한 편을 2분 만에 내려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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