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우편물’로 인터넷 몸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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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시대의 가장 성가신 부산물이라면 ‘스팸’(일방적으로 전달되는 쓰레기 전자우편)이 단연 첫손가락에 꼽힌다. 이 점은 설문조사까지도 필요없는 불문가지의 사실이다. 전자우편을 정보고속도로를 질주하는 스포츠카에 비유한다면 스팸은 그것을 가로막는 교통정체에 해당한다.

그러나 스팸에 대한 소비자 반응을 조사한 최근의 두 가지 조사에서 그런 디지털 쓰레기의 출처에 대해 몇 가지 오해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미국의 저명한 시장조사 업체인 가트너 그룹이 1만3천 명의 인터넷 이용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ISP)들이 이용자들의 이름을 스팸 발송업자들에게 판매 또는 제공한다고 믿는 사람이 24%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추즈유어메일.컴(ChooseYourMail.com)이 최근 발표한 조사에서도 1천4백 명의 전자우편 이용자중 71%가 스팸 발송업자들이 전자상거래 사이트로부터 그 사이트의 이용자 전자우편 주소를 입수할 가능성이 ‘어느 정도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로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브랜드 가치가 높은 회사가 스팸에 관여하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저녁식사 시간에 텔레마케팅 전화를 하는 것과 거의 다를 바 없는 무례한 세일즈 기법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스팸은 인터넷으로 전달되는 전자우편의 10%를 차지하는 것으로 간주되는 실정이다. 그에 따라 ISP들은 그 부하를 처리하기 위해 더 많은 하드웨어를 구입해야 하며 소비자가 부담해야 하는 ISP 이용 요금도 덩달아 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현재 그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고 있다. 기업들과 전자우편 제공업체들이 1차적으로 스팸에 대한 문단속을 강화함으로써 소비자들이 직접 모니터하는 수고를 덜어주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연방 의회 소위원회가 스팸 방지법을 통과시켰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입법에 한발 더 가까워진 것으로 보인다. 그것이 법제화되면 개인 이용자와 ISP가 스팸 발송업자들을 제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

그렇다면 스팸 발송업자들이 전자우편 주소를 입수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전형적인 수법 가운데 하나는 뉴스그룹과 같은 공개 포럼이나 아메리카 온라인(AOL) 같은 대형 ISP의 회원 디렉토리에서 유용한 전자우편 주소를 가져오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다.

ISP의 회원 디렉토리는 전화번호부처럼 소식이 끊어진 친구·친지를 찾을 수 있도록 공개돼 있다. 또 다른 일반적인 수법은 ‘사전식 공략법’이다. 실재하는 모든 이름을 갖가지 가능한 방식으로 변형(예를 들면 JoeA@hotmail.com, JoeB@hotmail.com, JoeA@yahoo.com, JoeB@yahoo.com 등), 온갖 가능한 주소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런 다음 스팸 발송업자들은 전자우편 홍보 메시지(‘온라인으로 비아그라를 구입하세요!’,‘손쉽게 돈버는 비법!’ 등)를 확보했거나 만들어낸 모든 주소로 대량 발송한다. 한 개의 메시지를 보내나 수천 개를 보내나 비용은 마찬가지다. AT&T 월드넷은 주소가 실제 사용자의 것과 일치하지 않아 반송되는 전자우편이 하루에 1천만∼1천2백만 개에 달한다고 한다. 스팸 발송업자들이 활개치고 있음을 말해주는 명백한 징후다.

AOL은 자사 시스템이 2천2백만 가입자에게 전달하는 전자우편의 30%가 일방적인 대량 홍보 메시지일 것으로 추산한다. AOL은 그 대책으로 스팸 방지 소프트웨어를 자체 개발했으며 핫메일·야후도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야후가 설치한 스팸가드는 스팸을 자동으로 대량우편 폴더로 이송해 30일간 보관한 후 삭제한다. 이 보관·삭제 기능은 야후의 소프트웨어가 실수로 중요 메시지를 스팸 폴더로 보냈을 경우에 대비해 이용자들이 스팸으로 간주된 메시지를 검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가입자수 1백60만 명으로 미국 3위의 ISP인 AT&T 월드넷은 지난 2월 브라이트메일社의 스팸 방지 기술을 채택했다. 가상의 주소를 여럿 만들어 스팸 발송업자들을 유인한 뒤 원천봉쇄하는 방식이다.

법규도 또 다른 강력한 대응수단이 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수년 전부터 ISP를 비롯한 피해자들이 스팸 발송업자들을 기소하려면 불법침해 방지법이나 연방 컴퓨터 사기 및 남용법 등 다른 목적으로 만들어진 법규에 의존해야 했다.

최근 캘리포니아·워싱턴·버지니아·로드 아일랜드 등 몇몇 州에서 스팸 방지법을 발효했다. AOL은 40개 이상의 스팸 업체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모두 승소해 버지니아 州법에 따라 수백만 달러의 배상판결을 받아냈다. AOL의 랜들 보는 “단 한 건의 소송도 패하지 않았다”고 자랑했다.

그러나 다른 원고들도 모두 AOL처럼 운이 좋았던 것은 아니다. 지난 3월 한 오리건州 주민은 워싱턴州 주민에게 스팸을 보낸 혐의로 피소됐지만 무혐의 판결을 받았다. 워싱턴州의 스팸 방지법이 헌법의 상업 조항(한 州가 다른 州의 상업행위를 규제할 수 있는 권리를 제한)에 위배된다는 변호사의 주장이 먹혀들었던 것이다.

추즈유어메일.컴의 이언 옥스먼 사장은 “현재 상태에서는 어떤 州에서는 합법적인 행위가 다른 州에서는 고소대상이 되기 때문에 연방차원의 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허가된 사용자에게만 마케팅 전자우편을 발송하는 추즈유어메일.컴은 스팸 반대운동 사이트 MadAboutSpam.org도 운영하고 있다.

스팸 방지 시민단체인 ‘일방적 상업 전자우편 저지 연맹’에 따르면 새로운 연방 스팸 방지 법안이 인터넷 이용자와 ISP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일 것으로 추정된다. 연방 스팸 방지 법안은 일방적인 상업적 전자우편의 발송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수신자가 거부의사를 밝혔는데도 계속 스팸을 발송할 경우 제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제공하는 것이다.

ISP의 경우는 스팸 거부 약관을 게재한 다음 그것을 위반할 경우 제소할 수 있다. 물론 그것이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다. 그 법안이 법으로 확정된다고 해도 스팸 발송업자들이 싱가포르·러시아·체코 공화국과 같은 외국으로 거점을 옮기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미 그것을 실천에 옮긴 업체도 있다. 그것은 당연히 예상할 수 있는 결과다. 인터넷은 어떤 경로가 봉쇄되면 그것을 장애가 발생한 것으로 해석해 우회로를 찾는 속성을 갖고 있다. 불행하게도 그 법칙은 스팸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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