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字, 세상을 말하다] 福祉 복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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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福(복)’은 예나 지금이나 가장 많이 사랑받는 글자다. 인생 최고의 가치는 행복(幸福)이요, 돼지꿈 꾸고 당첨되는 건 복권(福券)이었다. 웃는 집 대문으로 들어오는 것 역시 복이다(笑門萬福來). 중국인들은 지금도 집집마다 ‘福’자를 거꾸로 달아 놓고는 ‘복이 왔다(福到了)’고 외친다.

글자 ‘福’의 오른쪽 ‘부(<7550>)’는 사람이 서 있는 모습이다. 그런데 사람의 배(아래의 口)에 십(十)자가 들어 있다. 이는 무엇인가를 많이 먹어 배가 잔뜩 부른 사람을 표현한다. 여기에 부수 시(示)를 붙여 ‘순탄하고, 행운이 찾아온다’는 뜻의 ‘福’자가 만들어졌다. 부자를 뜻하는 ‘富(부)’ 역시 집에 배부른 사람이 있는 형상이다. ‘배불리 먹는 것’이 곧 복의 근원이었던 셈이다.
한비자(韓非子)에 ‘사람이 천수를 누리고, 부귀를 얻으면 그것이 곧 복이다(全壽富貴之謂福)’는 말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福’은 춘추전국시대에도 지금과 같은 뜻으로 쓰였음을 알 수 있다.

복 중에서도 가장 으뜸인 ‘다섯 가지 복(五福)’이 있다. 수(壽·장수)를 가장 큰 복으로 쳤고 그 다음이 부(富·재산)다. 이어 강녕(康寧·건강), 자손만당(子孫滿堂·자손이 집에 가득하다), 선종(善終·편안하게 삶을 마침) 등도 기원의 대상이었다.

‘복지(福祉)’의 ‘祉’는 복(福)과 같은 뜻이다. 고대 자전 설문(說文)은 ‘祉, 福也’라 했다. 다만 여기에서 ‘止(지)’는 ‘도달한다(到來)’는 뜻으로 복이 들어온다는 의미가 강조됐다고 어문학자들은 말한다. ‘복지’라는 말은 원래 중국에 없었다. 일본인들이 ‘Welfare’를 한자로 옮기면서 ‘福祉’라는 말이 쓰이기 시작했다. 중국인들은 같은 뜻으로 ‘복리(福利)’를 쓴다.

‘福’의 반대어는 ‘禍(화)다. 이 글자는 귀신을 뜻하는 ‘示(시)’와 ‘와(渦·소용돌이)가 합쳐져 만들어졌다. ‘귀신이 노하면 사람을 소용돌이 속으로 밀어넣는다’는 고대 중국인들의 믿음이 만들어낸 글자다.

요즘 복지가 화두다. 좌(左)와 우(右)로 갈려 복지를 놓고 싸운다. 지난주 ‘복지 투표’에서 진 오세훈 서울시장은 자리를 내놔야 했다. 투표에 이기거나 졌다고 일희일비(一喜一悲)할 필요는 없겠다. 전화위복(轉禍爲福)이라는 말도 있지 않는가….

한우덕 woody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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