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떠난 건 쿡 붙잡기 위한 선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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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쿡

스티브 잡스가 애플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내놓은 것은 후임자인 팀 쿡을 붙잡기 위해서였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언론과 증권가에 따르면 잡스가 건강 악화로 사임한 것이 아니라 애플 이사회가 쿡이 다른 회사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 서둘러 CEO 자리를 승계토록 했다는 것이다.

 경제전문지 포춘은 26일(현지시간) “잡스가 이미 무기한 병가를 낸 상황이라 현 시점에서 CEO 자리를 넘긴 것은 큰 의미가 없다”며 “사임 직전 이틀 동안에도 상당시간 애플 본사에서 일한 것으로 봤을 때 그의 건강이 최근 급격하게 나빠진 것도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잡스 사임 뒤에도 애플 주가에 큰 변화가 없단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고 덧붙였다.

샌프란시스코 이그제미너 지(紙)의 정보기술(IT) 전문 칼럼니스트 존 드보랙도 “쿡은 잡스가 사망할 때까지 CEO ‘대행’으로 남아 있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CEO가 사망한다고 해서 ‘대행’이 자동적으로 CEO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번 승계는 쿡을 붙잡기 위한 조치”라고 해석했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이 같은 분석은 ‘애플 이사회가 최근 잡스의 승계자를 찾기 위해 헤드헌터를 접촉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이유를 설명해 준다”며 “쿡 이외에 다른 CEO 후보를 찾았다는 게 놀랍지만, 그가 떠날 것을 우려해 한 행동이었다면 납득이 간다”고 전했다. 또 “저가 부품망을 정비해 고수익을 창출하는 애플을 만든 쿡이 사임해 경쟁사로 갔다면 잡스가 사임했을 때보다 주가가 더 큰 폭으로 떨어졌을 것”이라며 “결국 애플이 쿡의 발을 묶어놓은 것”이라고 풀이했다.

 미 언론의 이런 분석을 뒷받침하듯 애플은 쿡에게 ‘양도제한 조건부 주식(Restricted stock)’ 100만 주(현재가치 약 4100억원)를 지급한 것으로 같은 날 확인됐다. 해당 주식은 쿡이 계속 애플에 근무하는 조건으로 2016년과 2021년 50%씩 지급된다.  

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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