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증권사 추천종목 대부분 마이너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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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동향에 대한 분석력이나 예측력이 국내 기관보다 한발 앞선 것으로 알려진 외국 증권사들도 최근 폭락사태 속에서는 별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사실은 국내에 진출한 외국 증권사들이 올 초부터 최근까지 주요 법인고객인 한국투신.대한투신 등 국내 투신사에 제공한 추천종목에서 확인된 것이다.

외국계 증권사들이 종목을 추천한 날짜를 기준으로 지난 17일 종가를 비교해 본 결과 외국 증권사들의 추천종목은 대부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 증권사는 최근 주가가 크게 하락한 점을 의식해 추천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기도 했다.

18일 한국투자신탁을 통해 외국 증권사 종목추천일이 확인되는 17개 종목의 주가추이를 확인해본 결과 오른 종목은 단 2개에 불과하고 15개 종목은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네덜란드계 ING베어링증권의 경우 올 1~3월 현대전자.SK.현대자동차.비트컴퓨터 등 4개 종목을 추천했으나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비트컴퓨터는 추천일 이후 42%나 하락했다.

일본의 다이와증권이 지난달 28일 보고서를 통해 추천한 현대중공업도 17일 현재 - 14%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워버그딜런의 경우 대한항공과 한국전력은 수익을 내고 있으나 삼성중공업(- 9.91%)과 고려아연(- 26.25%).현대자동차(- 14.29%)는 마이너스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CSFB증권이 투신사에 추천한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SK텔레콤.삼성물산 등도 하락률이 10~3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외국 증권사들은 단기 수익을 목표로 종목을 추천하지 않고 적어도 6개월~1년의 안정적 투자를 겨냥해 추천하고 있다며 단기 평가는 유보해 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유럽계 SG증권의 경우 지난해 11~12월 에스원과 SK를 추천했는데 지난 17일 현재 두 종목은 각각 - 36%, -21%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반년이 다 돼가는 데도 역시 떨어진 것이다.

대한투신 펀드매니저 이재현씨는 "외국 증권사들은 기업 내재가치와 수익성을 꼼꼼히 따져 종목을 고르지만 올해는 증시 변동성이 유난히 심해 국내 증권사와 차별성이 없어진 것 같다" 고 말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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