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여름 이야기] “얘들아, 실컷 웃고 즐기렴”…지역 아동들 위한 축제 준비 구슬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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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체 질소에 얼린 과자를 먹어보고 싶은 친구들은 손 들어봐요!” “저요!” “저요~” 커다란 나비넥타이를 한 진행자의 멘트가 끝나자마자 공연장 이곳 저곳에서 아이들의 손이 올라왔다. “와하하. 꼭 용 같아!” 무대에 올라온 아이들은 입속에 얼린 과자가 들어가자 서로의 모습을 보며 함박웃음을 터트렸다.

16일 서울 광화문 올레스퀘어 드림홀에서 열린 ‘꿈품축제’에서 아이들과 olleh봉사자들이 마임공연에 직접 참여해 즐기고 있다. [김경록 기자]

지난 16일 오후 서울 광화문의 올레스퀘어 드림홀. 서울 양천구 6개 지역아동센터와 서초·구로·성동 지역아동센터에서 온 아이들 200여명이 홀을 가득 채웠다. 양천구 지역의 olleh 봉사단이 준비한 여름방학 문화공연 ‘꿈품축제’를 보기 위해서다. 2시간이 넘는 공연이었지만 딴짓을 하는 아이들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마임공연은 처음 봤는데 깜짝 놀랐어요. 표정이나 동작들이 너무 신기했거든요.” 맨 앞자리에 앉아 무대에 두 번이나 올라가는 등 적극적으로 참여한 정해준(서울 양천구·강신초 4)군은 손에 선물로 받은 강아지 풍선을 들고 환하게 웃었다.

전국의 대학생 100명으로 구성된 KT의 olleh 봉사단은 지난 5월 발족한 뒤 꾸준히 활동해왔다. 특히 KT 사업장에서 운영하는 꿈품센터와 연결돼 있거나 KT 임직원봉사단과 결연하고 있는 지역아동센터들을 찾아가 재능나눔활동 등을 주기적으로 해왔다.

이번 꿈품축제의 경우 여름방학을 맞아 문화체험을 하기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봉사단원들이 직접 기획하고 준비한 문화 공연이다. “학기 중엔 개인으로 만나는 학습 지도 봉사를 주로 했었는데 그러다 보니 센터 아이들 모두와 만나는 시간이 얼마 없더라고요. 그래서 방학 때 함께 즐길 수 있는 봉사활동을 해보자는 얘기가 나왔어요.” 중랑지역의 최은진(21·여·한세대 사회복지학 3)씨는 “아이들과 더 친해질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며 웃었다.

단원들은 활동하고 있는 아동센터를 중심으로 지역별 팀을 나누었다. 이들은 아이들에게 어떤 종류의 프로그램들을 좋아하는지 사전조사를 했을 뿐 아니라 직접 공연을 보러다니기도 했다. “단순히 보는 공연이 아니라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어요.” 양천구 olleh 봉사단팀의 총무로 활동하고 있는 이혜린(24·여·연세대 경영학 3)씨는 “우리 팀원이 20명 정도 되는데 각자 사는 동네가 달라 주로 신촌에 모여서 회의를 했다”며 “밤 10시 넘어 회의가 끝나기 일쑤라 수유에 있는 집에 들어가면 자정이 다 되곤 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준비한 꿈품축제는 지난달 28일 서울 중랑구에서 첫 선을 보였다. 대전·부산 등 전국에서 9월 초까지 릴레이로 펼쳐질 예정이다. 먼저 행사를 치른 지역의 단원들은 아이들 반응이 좋았던 아이디어를 다른 지역에 전수해 주기도 한다. 이를테면 본격적인 공연에 앞서 아이들에게 관람 예절을 알려주는 탈 인형극은 꿈품축제 스타트를 끊었던 중랑지역 봉사단의 생각이었다.

학기 중에도 olleh 봉사단은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에게 좋은 선생님이자 친구 역할을 해주고 있다. 김요셉(서울 양천구·등마초 5)군은 일주일에 한번 봉사단 선생님들에게 영어와 수학을 배운다. “어떨 때는 선생님들이 무섭기도 하지만, 정말 잘해주세요” 라며 “저라면 화가 날 것 같은 상황인데도 웃으면서 대해주시고 같이 놀아주셔서 너무 좋아요”라고 말했다.

이들은 학습지도 외에 센터가 이사를 하거나 청소를 해야 할 일이 있을 때도 도움을 요청하면 달려가 돕곤 한다. 이은영 한서지역아동센터장은 “우리 양천구에서 올해 지역아동센터 두 곳이 이사를 했는데 이 친구들이 없었으면 엄두도 내지 못했을 거에요. 얼마나 든든한 지 몰라요”라고 말했다.

이번 꿈품축제의 사회를 본 최경만(25·수원대 신소재공학 4)씨는 “이런 봉사활동들이 사실 진로에 크게 도움이 되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전 방학인 요즘에도 일주일에 하루씩 아이들을 만나면서 정말 행복해요”라고 말했다. 최씨는 봉사활동을 ‘스펙 쌓기’의 일부로 생각하는 친구들이 많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렇게 활동할 수 있다는 걸 진작 알았으면, 대학 들어왔을 때부터 했을 거예요. 봉사활동의 진정한 의미를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어요.”

이예지 행복동행 기자
사진=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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