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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a dream … ” 워싱턴에 우뚝 선 킹 목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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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국의 흑인 민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 목사를 기리는 기념관이 22일(현지시간) 워싱턴 내셔널몰에서 공개됐다. 시민들이 울타리 너머로 킹 목사의 기념상을 올려다보고 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언젠가 이 나라가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났다는 것을 자명한 진실로 받아들이고, 그 진정한 의미를 신조로 살아가게 되는 날이 오리라는 꿈입니다.”

 1963년 8월 28일 흑인 민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Martin Luther King Jr.·사진) 목사는 워싱턴 기념탑 광장에서 20만 명의 군중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로부터 48년의 세월이 흐른 뒤 킹 목사가 다시 워싱턴에 우뚝 섰다. 워싱턴 기념탑 인근에 ‘마틴 루서 킹 기념관’이 들어선 것이다. 이는 워싱턴에 세워진 최초의 흑인 기념관이다. 킹 기념관은 서북쪽으로 링컨 기념관을, 동남쪽으로 제퍼슨 기념관을 바라보며 워싱턴의 새 명물로 자리 잡게 됐다. 기념관 측은 28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참석하는 공식 개관식에 앞서 22일(현지시간) 언론에 처음으로 그 모습을 공개했다.

 이날 오전 7시30분 내셔널 몰 남쪽의 인공 호수 타이덜 베이슨(tidal basin)을 끼고 돌아 기념관 입구에 들어서자 양 옆으로 벚나무가 늘어서 있었다. 1912년 일본으로부터 평화와 통합을 상징하는 선물로 받았던 벚나무 사이로 182 그루를 새로 심었다. “공교롭게도 킹 목사가 암살당한 4월 초 벚나무가 만개할 것”이라고 기념관의 로빈 오언은 말했다. 그 뒤로 여름철의 화려함과 싱그러움은 미국산 매화와 느릅나무가 맡았다.

 밝은 색 화강암으로 만든 대형 성벽 두 개가 보였다. ‘절망의 산’이라는 의미라고 했다. 그 절망을 넘어 ‘희망의 돌’이라고 명명한 대형 킹 목사 석상이 보였다. 킹 목사의 63년 연설에서 따온 말이었다. 킹 목사가 양팔을 감싼 채 서서 포토맥 강을 주시하는 모습의 전신 석상 높이는 9m가 넘었다. 그 한쪽 편에 킹 목사가 가장 좋아했던 “나는 정의와 평화, 올바름의 군악대장이었다”는 문구가 새겨졌다. 석상을 둥그렇게 둘러싸고 있는 140m가량의 낮은 성벽에도 킹 목사의 어록들이 새겨졌다. 오언은 “킹 목사 삶 전체를 조명하기 위해 잘 알려진 ‘꿈이 있습니다’ 연설 내용은 새기지 않고, 그가 다양한 시기와 장소에서 언급했던 정의와 민주주의, 희망과 사랑의 메시지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킹 기념관 공사는 2006년 11월 첫 삽을 떴다. 프로젝트에 필요한 비용은 약 1억2000만 달러로 현재까지 1억1400만 달러가 모금됐다. 개인들의 십시일반(十匙一飯)과 함께 보잉·포드·코카콜라 등 대형 기업도 동참했다. 이를 주도한 사람은 킹 프로젝트 재단 이사장 해리 존슨(56)이다.

그는 시골 마을에서 경찰관 아버지와 호텔 청소부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여덟 살 때 킹 목사의 연설을 들었다. 성공한 흑인 변호사가 된 존슨은 2002년 재단을 맡아 자신의 꿈을 실현했다. 존슨은 감개무량한 표정으로 “킹 목사는 정의와 희망의 상징으로 영원히 살아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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