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새 천년 영파워 (4) - 이호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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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중앙에서는 각팀별로 새천년 한국프로야구를 이끌 선수들을 선별하여 시리즈로 엮는다. 그 네번째로 해태 타이거즈의 이호준을 뽑았다.

그리고 네티즌들의 참여를 위해 네티즌들이 야구게시판에 '새천년 한국프로야구를 이끌 선수'를 추천하면 그 의견을 적극 반영할 예정이다.[편집자]

해태의 ‘차세대 거포’ 이호준이 올 시즌 잦은 포지션 이동으로 시름하자 해태 우승기상도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결국 이호준은 컨디션난조로 98년의 활약에 따른 기대치만큼 성적을 내지 못했고 해태는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실패라는 멍에를 써야만 했다. 명가재건을 꿈꾸던 해태로서는 포지션모험의 짐이 이호준에게 던져진 것이 이대진, 이강철의 부상에 못지않게 아쉬운 부분이었다.

고교시절(광주일고) 청소년대표와 전국대회 홈런상을 받는 등 기대주로 맹활약했던 이호준은 해태와 연세대의 치열한 스카우트 경쟁에서 프로선수로서의 빠른 성공을 바라며 해태의 손을 들어주었다.

94년 입단 후 이호준은 투수로서 프로에 첫발을 내딛었으나 8경기에 나와 10.22의 부진한 방어율을 기록하며 프로에서 뼈아픈 경험을 하게 되었다.

96년 타자로 전향한 이호준은 98년 전성기를 구가하며 김봉연, 김성한, 한대화. 홍현우 등 쟁쟁한 선배거포의 계보를 잊는 ‘차세대거포’로서 자리매김하였다. 121경기에 출장하여 0.303의 타율에 19개의 홈런을 거두며 해태의 중심타자로서 이종범이 빠져 허약해진 팀타선의 희망봉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올 시즌 양준혁과 샌더스 등 거물선수 들이 입단하며 이호준은 3루수 수비라는 대모험을 경험하게 되었고 이에 따른 컨디션 난조로 107경기에 나와 0.276의 타율에 16홈런만을 기록하였다.

요사이 그가 맞은 겨울은 혼란스럽기만 했다. 해태와 현대의 대규모 트레이드에 이호준의 이름이 거명되었고 야구팬들은 트레이드의 성사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웠지만 트레이드는 결국 무효로 돌아갔고 그는 다시 ‘평생 광주에서 뼈를 묻겠다’는 결심에 맞게 해태에서 계속 뛰게 되었다.

이호준은 그다지 화려한 플레이를 보여주지는 않지만 중요한 순간에 갈증을 해소하는 한방, 호타준족의 기본적 요소의 충족, 젊은 나이, 시원한 용모 등으로 해태의 미래와 한국프로야구의 장래를 짊어질 재목으로 평가받고 있다.

요즘 이호준의 눈빛에는 새천년에 대한 결의가 짚게 배어있다. 투수에서 타자로, 외야에서 지명타자·1루수·3루수를 거치는 등 젊은 나이에 비해 ‘산전수전’ 다 겪은 그는 이러한 경험이 자신을 더 성숙하게 만들고 살찌운 요소였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호준의 새천년에 대한 함성이 무등산 호랑이의 우렁찬 포효소리처럼 들리는 것은 그의 새천년에 대한 기대가 큰 까닭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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