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착취 고발소년 첫 ' 어린이 노벨상'

중앙일보

입력

아동들의 노예노동에 항거하다 1995년 열두살의 어린 나이로 피살된 파키스탄의 이크발 마시가 7일 '어린이 노벨상' 으로 불리는 세계어린이상의 첫 수상자로 선정됐다.

세계어린이상은 스웨덴 적십자 등 8개 단체가 모여 만든 비영리 인권단체 어린이세상 (http://www.chilerenworld.org) 이 올해 처음 제정한 것이다.

선정위원은 세계 각국에서 선발된 15명의 어린이로 구성됐으며 이들이 전세계 각국 어린이들로부터 e-메일과 팩시밀리 등을 통해 추천받아 수상자를 결정했다. 상금은 약9천여만원.

수상자로 선정된 이크발은 네살때인 87년부터 카펫공장에서 1루피 (약24원)
씩을 받으며 하루 10시간씩 강제노동을 했다.

그는 92년 공장을 탈출해 파키스탄 노예노동 해방전선의 일원이 되면서부터 세계 곳곳을 다니며 노예노동의 실상을 폭로하는 일에 앞장섰다.

"이 순간에도 파키스탄의 6백만 아동노동자들이 피눈물을 흘리며 카펫을 짜고있다" 는 그의 폭로는 세계 양심의 심금을 울렸고 세계 곳곳에서 항의가 빗발쳤다.

그로인해 파키스탄의 대형 카펫공장 10여곳이 문을 닫았다.
그러나 어린이 노동운동가 이크발은 95년 파키스탄 라호르지역에서 괴한의 총을 맞고 숨졌다.

이 상의 선정위원회는 또 나치의 유대인수용소 생활을 담은 일기로 유명한 네덜란드 태생의 안네 프랑크 (13)
와 76년 남아프리아 공화국의 소웨토에서 사살된 헥터 피터슨 (12)
을 명예 수상자로 결정했다.

스웨덴이 새 밀레니엄 계획의 하나로 마련한 이 상의 시상식은 오는 13일 거행되며 어린이 인권문제에 관심을 보여온 실비아 여왕이 직접 수상자들의 친족들에게 상을 수여한다.

예영준 기자 <yyjun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