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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재미있는 갤러리 천태만상

중앙일보

입력

'신사의 스포츠’라는 골프의 이미지와 맞지 않게 요즘은 갤러리들도 점점 더 과격해지고 있는 추세다.

라이더컵에서 미국 갤러리들이 유럽의 콜린 몽고메리에게 너무 심한 야유를 퍼부어 그의 아버지가 끝내 지켜보지 못하고 퇴장해버린 것은 유명한 일이다. 또 타이거 우즈도 무례한 갤러리를 향해 “저 놈 쫓아버려”라고 심한 짜증을 낸 사례도 있다.

이쯤되다보니 이제 골프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려면 실력도 실력이지만 갤러리 운도 따라야할 판국이다.

골프 승부에 갤러리가 얼마만큼 큰 영향을 끼치는지는 다음 사례가 확실히 보여준다.

▲손으로 던져 ‘온 그린’
1983년 영국 웬트워스 골프클럽에서는 닉 팔도와 그레이엄 마시가 월드매치플레이를 벌이고 있었다.

15번홀까지 무승부로 마친 가운데 16번홀에서 팔도의 아이언샷이 그린을 오버하며 관중 속으로 사라졌다.

그런데 잠시후 사라진 볼이 관중 사이로 붕 떠 오더니 턱 그린에 올라오는 것이 아닌가.

물론 갤러리중 누군가가 손으로 집어 던진 것이 분명한 상황. 두 선수도 이 사실을 충분히 알았다.

그런데 문제는 움직이는 볼(관중 속으로 사라졌으니 움직이던 상태였는지 알길이 없다)이 국외자에 의해 방향이 바뀌거나 멈추면 벌타없이 그 상태대로 플레이한다는 골프 규칙.

경기위원도 이 희한한 일에 규칙을 적용할 수 밖에 없었고 결국 팔도는 투 펏으로 행운의 파를 잡았다.

다음 차례는 마시의 불과 2.5피트의 숏펏이었는데 팔도는 자신은 행운의 파를 잡았으면서도 기브(매치플레이에서는 기브가 허용됨)를 주지 않았고 열받은 마시는 보기. 그리고 다음 홀도 내줘 결국 패배의 쓴잔을 마셨다.

▲제발 볼은 놓고 가
1952년 뉴욕주 위카길 컨트리클럽에서 벌어진 팜비치 라운드로빈 골프대회 최종라운드 16번홀.

케리 미들코프는 아이언샷이 그린 옆에 퉁 튀기더니 한 남자의 상의 주머니에 골인했다.
문제는 그 남자는 미들코프의 볼이 자신의 주머니에 들어온 사실조차 몰랐다는 것.

갤러리들이 갑자기 일제히 자신을 바라보며 웃고 손가락질하며 가까이 다가오자 놀라 그는 일어나 냅다 뛰어 달아나기 시작했다. 미들코프의 볼을 그대로 지닌 채.

사람들은 “이봐 볼은 놓고 가야지”라고 소리질렀고 그제서야 정신차린 그는 볼을 꺼내 집어던지곤 다시 정신없이 달아났다.

미들코프의 볼은 본의아니게 그린에서 40피트 이상 멀어졌고 그나마 바위틈에 떨어졌다. 그렇지만 역시 룰은 룰.
미들코프는 본의 아니게 그 홀에서 더블보기를 기록하면서 2위로 대회를 마침과 동시에 상금도 1,000달러나 손해봤다.

52년의 1,000달러. 실로 갤러리 때문에 엄청 피해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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