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큰둥하던 유튜브 연구원도 “3D폰 끝내주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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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LG전자의 3D 스마트폰 ‘옵티머스 3D’ 개발 프로젝트팀의 하래주 연구원, 손수연 과장, 노현우 선임연구원(왼쪽부터)이 지난달 출시된 옵티머스 3D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 이거 재밌겠다. 끝내주는데.”

 지난해 말 영국 런던의 유튜브 연구소.

 두 동양인이 들고 온 휴대전화를 본 한 연구원이 감탄사를 내지르자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손바닥만 한 크기의 스마트폰에는 안경을 쓰지 않고도 볼 수 있는 3차원(3D) 영상이 떠 있었다. LG전자 ‘옵티머스 3D 프로젝트팀’의 노현우(30) 선임연구원과 하래주(27) 연구원이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에 모바일 3D 동영상 코너를 만들기 위해 갓 나온 실험폰을 들고 간 자리였다.

 “엔지니어가 주축인 유튜브는 위에서 결정을 내려도 엔지니어가 싫다고 하면 프로젝트 진행이 안 되는 곳이에요. 프로젝트를 빨리 진행하기 위해 폰이 나오자마자 다음 날 영국행 비행기를 탔어요.”(노 선임연구원)

 실제로 3D 폰을 보여주니 “3D가 뭐냐”며 시큰둥해 하던 이들의 반응이 확 달라졌다. “이 정도 용량의 콘텐트를 3D로 표현할 수 있느냐”는 등의 요구가 현장에서 쏟아졌다. 유튜브 연구소 휴게실이 이들의 임시 사무실이 됐다.

 지난달 국내 최초로 출시된 3D 스마트폰 ‘옵티머스 3D’가 개발되기까지 이 같은 LG전자의 수퍼루키 3인방의 활약이 있었다. 휴대전화(MC)연구소 기술전략팀의 노 선임연구원, 소프트웨어 플랫폼 연구소의 하 연구원, 콘텐트서비스(C&S)팀의 손수연(36) 과장이다. 이들은 지난해 8월 LG전자의 각 팀에서 200여 명을 차출해 만든 ‘3D 프로젝트’팀에서 처음 만나 1년여간 3D 스마트폰 개발에 힘을 쏟았다.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이들의 가장 큰 무기였다. 하 연구원은 옵티머스 3D의 핵심 기술인 ‘3D 자동변환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 덕에 평면 화면(2D)으로 만들어진 게임을 3차원(3D)으로 손쉽게 변환시킬 수 있었다. 노 선임연구원은 “올 3월 하 연구원이 머리를 긁적이며 ‘이거 어때요’라며 개발한 자동변환기술을 보여줄 당시 다들 ‘유레카’를 외쳤다”며 웃었다. 휴대전화에는 2D로 만들어진 축구게임이 3D로 재생되고 있었다. 이 기술은 하 연구원의 이름을 따 ‘HRZ 엔진’이라 불리게 됐고, 부족한 3D 콘텐트를 확보하기 위한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3D에 무지한 업체를 찾아가 집요하게 설득하는 것도 주요 임무였다. 입사 2년차인 노 선임연구원은 “스마트폰의 엔진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개발 업체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의 이스라엘·미국 연구소에 수없이 찾아가는 등 1년에 반 이상을 해외에서 보냈다”고 말했다. 게임 콘텐트 개발을 맡은 손 과장은 업체들을 상대로 3D 게임을 만들게끔 독려하는 일을 맡았다. 하지만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3D 게임은 생소했다. 게임 개발회사마다 난색을 표했다. 손 과장은 “세계적인 게임 개발회사인 미국 ‘게임 로프트’의 인도 연구소에 막무가내로 찾아가 한 달 넘게 현지에서 함께 3D 게임을 개발했다”며 웃었다.

 이런 작업을 거쳐 현재 옵티머스 3D에는 입체영상으로 제작된 골프, 자동차 경주, 1인칭 슈팅 게임이 들어가 있다. 옵티머스 3D는 올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 박람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 첫선을 보였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노 선임연구원은 “폰을 보려고 사람들이 긴 줄을 서는 바람에 화장실도 못 가고 계속 설명해야 했다”고 회상했다.

 “젊어서 겁이 없었고, 하고 싶은 대로 내지르다 보니 결국 옵티머스 3D가 탄생하게 됐습니다. 앞으로도 이렇게 마음껏 일할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들 3인방의 얼굴은 다음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감으로 또다시 상기되고 있었다.

한은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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