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 칼럼] '위대한 벤처'를 꿈꾸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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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투자를 의뢰하는 후배들을 자주 접한다.

개인적인 인연을 통해서 찾아오는 경우도 있고 엔젤클럽과 같은 공식적인 경로를 통해서 오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워낙 업종이 다양하고 비즈니스모델이 생소하다 보니 실제로 사업성을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이 때 의사결정의 기준을 어떻게 정할까 고민을 한다.

시장에서 주식을 살 때나 엔젤투자를 할 때나 투자자들은 자기가 투자할 회사에 대한 믿음을 가질 수 있는 무엇인가를 발견하고자 한다.

특히 벤처기업과 같이 위험이 큰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이럴 때 의사결정의 기준이 되는 것은 사장의 자질이다. 내가 생각하는 사장의 자질은 숭고한 목표와 기업가 정신이 있느냐로 결정된다.

숭고한 목표는 사람을 감동시킨다. 투자자를 감동시키고 종업원을 감동시키며 고객을 감동시킬 수 있다.

얼마전 인터넷 자선사이트를 만들겠다는 기업에 개인적으로 투자를 한 적이 있다.

사실 그 사업의 시장규모나 사이트의 수익창출모델은 워낙 생소해서 판단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그 사이트가 지향하는 목표가 충분히 감동적이었기 때문에 편한 마음으로 투자를 할 수 있었다.

카오라는 학자는 기업가정신을 "객관적으로 달성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도전해서 역경을 이겨내는 진취적 기상" 으로 표현했다.

국내에서 성공한 대기업과 벤처기업의 면면을 살펴보면 창업자의 기업가정신이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사례는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누구나 달성 가능해 보이는 목표를 가지고 사업을 시작한다면 본질적으로 그 사업은 벤처기업의 사업거리로는 부적합하다. 지금 국내에는 5천여개의 벤처기업이 활동하고 있다. 2003년에 가면 4만여개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국내 벤처기업의 생존율은 70% 가량 된다고 한다. 미국의 5%에 비교해 볼 때 엄청나게 높은 수준이다. 피터 드러커 교수의 말대로 한국인의 기업가정신은 세계 최고이고 "빨리 빨리" 를 좋아하는 우리 민족성은 벤처기업의 속성에 부합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세계를 호령하는 ''그레이트 벤처'' 가 나오기를 염원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레이트 벤처'' 를 목표로 사업을 시작한 모든 벤처기업인들은 ''숭고한 목표와 기업가정신'' 을 갖는 것이 성공을 위한 필수덕목이라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1년 전 미국에서 아주 유명한 스티브 주비슨 이라는 30대 초반의 벤처캐피털리스트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다.

"벤처기업의 기술이나 마케팅역량을 검토하기는 하지만 가장 중요한 투자결정지표는 최고경영자의 기업가정신과 경영능력이다"

벤처기업협회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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