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외화 차입 다변화 골머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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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금융 시장의 불안이 가시지 않으면서 은행들은 외화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 해외 금융회사와 ‘커미티드라인(유사시 외화를 우선적으로 빌릴 수 있는 구속력 있는 약속)‘을 개설하거나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금융당국은 차입선 다변화를 독려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자금의 비중을 줄이고 아시아나 중동의 자금을 끌어오라는 것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지난 8일 간부회의에서 “그동안 우리가 은행 외화부채의 장·단기 문제만 생각했지 지역적 포트폴리오는 생각하지 않았다”면서 “중국·중동 지역 국가 등으로 차입선을 다변화할 방안이 긴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우리나라 은행의 외화차입 비중이 특정 지역에 몰려있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국내 은행의 외화차입금 중 36%가 유럽에서 빌려온 돈이다. 2008년 말과 비교할 때 아시아 비중이 49%에서 35%로 줄고, 유럽 비중이 26%에서 36%로 늘었다. 나라별로는 미국이 1위다.

 하지만 외화 차입선을 다변화하는 건 그리 쉽지 않다. 한 시중은행 자금담당 부장은 “중국은 차입 규제가 심하고, 중동 자금은 중장기로 빌려오기 위해서는 수쿠크(이슬람채권)법 제정이 필요하다”며 “차입선 다변화가 말처럼 쉽지 않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9일(현지시간) 투자자가 미국과 유럽으로부터 차입 비중이 높은 한국과 호주 은행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한국과 호주 은행은 아시아에서 예금 이외의 자금 조달 비중이 높은 유일한 시장”이라면서 “위기 시에는 이런 문제가 늘 부각된다”고 전했다. 이런 우려 때문인지 KB금융과 우리금융 등 국내 주요 은행들은 지난 2일 이후 20%가 넘게 주가가 하락했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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