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서 충돌하는 신경제와 구경제

중앙일보

입력

인터넷 투자자들은 아마존.컴(amazon. com)
을 웹 세계에서 손꼽히는 우량 기업이라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구시대 경제에 속하는 냉철한 기업 채무 분석가에게 아마존의 신용은 불량하다. 그리고 이 점에서 아마존은 문제가 있는 기업이다.

이제부터 현실 경제와 인터넷 경제의 차이를 살펴보자. 채무 분석가들은 채무자가 이자를 지급하고 만기에 원금을 상환할 수 있는지를 따진다. 인터넷 주식 투자자들도 섣불리 판단하지는 않는다. 그들은 이윤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적은 소문·발전가능성·기업인지도·기타 여러 가지 기준(한 웹사이트에 머무르는 평균 시간을 의미하는 친화력 같은 불분명한 기준까지 포함)
을 검토한다. 사실상 인터넷 기업이 이윤을 내고 있다면, 다시 말해 지출보다 더 많은 수입을 얻고 있다면 경영을 소홀히 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자기 브랜드를 열심히 선전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지난 2월 현실경제와 인터넷경제가 충돌했다. 아마존은 사채를 대규모로 발행해 6억9천만 유로(약 6억6천5백만 달러)
를 끌어 모았다. 1997년 상장 이후 세 번째 사채발행이었다. 인터넷 기업 중 주식 대신에 사채를 발행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다. 아마존은 지금까지 모두 22억5천만 달러를 차입했으며, 이중 1억5천만 달러의 사채를 회수했다. 뒤에 자세히 다루겠지만, 아마존은 돈을 빌리는 것이 주가 유지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아마존이 2월에 발행한 사채는 액면가 1백5유로(약1백1달러)
에 6.875%의 이율이 적용된다. 안전성이 매우 높은 美 재무부 발행 국채의 요즘 이율이 6%보다 높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아마존 사채의 이율은 낮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사채에는 이율뿐만 아니라 또다른 매력이 있다. 이 사채는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전환사채다. 지난해 발행한 사채도 전환사채이며 액면가 78달러 3센트에 이율은 4.75%, 전부 12억5천만 달러였다. 지금 64달러인 아마존 주가는 한때 1백13달러에 달했다.

신용평가기관 무디스와 S&P社는 아마존을 불량한 채무자, 다시 말해 투자위험이 높은 기업으로 평가했다. 이 사실을 감안하면 아마존의 사채는 전환사채 치고는 높은 이율이 적용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평가는 아마존의 주식 시가총액이 2백억 달러라는 사실을 무색하게 한다.

마리 메넨데스 무디스 부회장은 “주가를 움직이는 요인과 신용등급을 결정하는 요인은 아주 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녀는 아마존의 사채에 대해 ‘투자적격’ 수준보다 9등급 낮은 Caa3을 매겼다. 그녀는 “재정이 좋지 않은 회사도 매출액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아마존이 사실상 사채를 통해 끌어들인 돈으로 이자를 갚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메넨데스 같은 사람들의 업무는 기업의 재무구조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그들은 채권자가 원리금을 회수할 수 있는지 같은 문제에 신경을 쓴다. 반면 낙관적인 견해를 펼쳐야 돈을 버는 아마존 전사들은 부채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아마존의 주가는 전환사채 액면가보다 높아질 것이며, 몇 년 안에 사채는 주식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렇게 되면 연간 1억5백만 달러에 달하는 이자를 지급하지 않아도 되며 원금 또한 갚을 필요가 없어진다.

아마존의 러셀 그랜디네티 투자유치담당자는 전환사채 판매를 두고 “주식을 시세보다 더 비싸게 파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아마존이 차입이라는 위험수를 두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랜디네티는 “사채발행은 주주들에게 이익을 가져다 준다”고 주장했다. 주식 수가 늘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사채를 발행하는 대신 22억5천만 달러의 주식을 발행했다면 주가는 15% 떨어졌을 것이라고 계산했다.

아마존은 처음으로 현실 경제를 헤쳐나가야 하는 기업 중 하나다. 그러나 이러한 추세는 늘어나고 있다. 1월 아메리카 온라인(AOL)
이 타임워너를 인수했을 때, 신경제와 구경제의 가치평가방식이 충돌하기 시작했다. 리카싱(李嘉誠)
의 차남 리처드 리(李澤楷)
가 홍콩 텔레콤을 인수할 때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인터넷 경제와 현실경제가 교차함에 따라 이런 사례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신중한 주식투자자는 사채시장도 주목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뉴스위크=Allan Sloan 월스트리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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