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세계를 무대로 뛰는 e프리랜서들

중앙일보

입력

위스콘신州 밀워키에서 대부 담당자로 일하던 에드 셜(28)은 어린 사촌에게서 신선한 자극을 받아 전업을 결심했다. 10대인 그의 사촌은 소규모 포르노 포털을 만들어 성인전용 웹 사이트들에 광고를 게재해주는 대가로 주당 3백 달러를 벌고 있었다. 셜은 그의 부모로부터 아들이 좀더 ‘점잖은’ 사업에 눈을 돌리게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10대를 위한 인터넷 소개팅 사이트를 구축할 수 있도록 그를 도와주었다.

셜은 8개월 전 지독한 닷컴 열병에 걸려 무작정 서부로 향했다. 그는 낮에는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BBQ.컴(그릴 장비 판매)에서 고객 담당자로 일하면서 밤에는 실리콘 밸리에서 자신의 회사 파이크.컴의 창업을 준비했다. 다운로드 방식을 통해 음악·영화·서적·소프트웨어를 판매할 계획이다.

그러나 그 일을 혼자서 할 수는 없었다. 셜은 창업을 도와줄 전문가를 찾기 위해 인터넷 직업소개소 e랜스.컴에 접속했다. 셜은 그곳을 통해 캐나다·이탈리아·키예프·유고슬라비아에서 사는 프리랜서들을 찾아냈다. 그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서 셜의 사업 계획서를 작성하고 웹사이트를 디자인해주었다.

셜은 높은 수준의 기술을 최저가로 쓸 수 있게 해주는 인터넷 직업소개소라는 새로운 서비스의 도움을 톡톡히 받았다. e랜서로 불리는 인터넷 프리랜서를 연결해주는 소개소들은 인터넷의 강점을 최대한 살려 디지털 건초더미 속에서 조그만 바늘을 찾아 살 사람과 팔 사람을 연결해주는데 그 과정에서 구직자와 구인자간의 거리개념은 무너져 버린다.

이것은 세계를 하나로 연결해주는 인터넷의 데이터베이스 기능을 활용한 군더더기 없는 서비스다. 풍수전문가이든 그런 전문가를 구하는 사람이든 간에 걱정할 것이 없다. 어릿광대가 필요하다면 처클스나 덤-덤에 신청하면 된다. 그들은 모두 인터넷을 통해 구할 수 있다.

요즘 추세는 그같은 인터넷 직업소개소의 급성장을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에는 회사에 소속돼 있지 않은 근로자가 약 2천5백만 명이나 된다. 통신 및 인터넷 접속 비용의 급락은 정보가 전세계로 손쉽게 이동할 수 있게 만들었다. MIT 슬로언 경영대학원의 정보시스템학 교수 토머스 W. 멀론은 “많은 디지털 서비스가 근로자들이 살고 싶어하는 곳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리랜서들은 자신들의 운명을 직접 통제한다. 집에서 케이블 TV를 시청하거나 낮잠을 즐길 수도 있고, 마음이 내키지 않으면 일거리를 거절할 수도 있다. 사용자 측에서 봐도 이득이다. 직원들의 복지수당을 줄 필요도 없으며 일거리가 없을 때는 인건비도 지불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프리랜서가 되려면 상당한 위험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소득도 일정치 않고 퇴직금도 없다. 인터넷 프리랜서 소개소들도 그 점을 간파해 오퍼스360의 프리에이전트.컴과 같은 직업소개소들은 e랜서들에게 단체 생명보험과 퇴직금 적립의 혜택을 준다. 구루.컴 등 회사들은 지역별로 파티를 개최해 서로 만날 수 있도록 해준다.

집에 틀어 박혀 사는 것에 대한 수치심도 사라졌다. 그들은 “팬티차림으로 진지한 사업을 한다는데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구루.컴의 공동창업자 제임스 슬레이베트는 말했다.

일부 e랜서들은 인터넷을 통해 수입이 더 많아졌다. 버지니아州의 그래픽 디자인학 교수 마크 퍼티그(27)는 2월초 e랜스.컴의 로고-디자인 직종에 등록했는데 현 추세대로라면 기존 소득의 40%를 능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50건의 의뢰 건수 중 35건을 맡았는데 정신없이 바쁠 때는 가격을 인상해 수요를 조절한다.

그는 새 수입원을 ‘자유의 돈’이라고 부른다. 마음내키면 언제든 자유 시간을 갖게 해주는 소득원이라는 생각에서다. 퍼티그는 “이제 막 뉴질랜드에 있는 의뢰인으로부터 수표를 받았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